극동 러시아에 머물고 있다는 송종찬 시인이 3번째 시집을 냈다. '첫눈은 혁명처럼'이다. 10년만이다.
남도의 바닷가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그는 1993년 '시문학'에 '내가 사랑한 겨울나무'외 9편을 발표하며 데뷔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그리운 막차', '손끝으로 달을 만지다' 등이 있고, 의외로 러시아어로 낸 시집 '시베리아를 건너는 밤(ТРАНССИБИРСКИЕ НОЧИ)'이 있다. 그의 러시아어 실력이 시를 쓸만큼 능숙한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했고, 2011년부터 러시아에 체류해 왔다고 한다.
이번 시집에 수록된 러시아 시편들은 체험을 토대로 쓰인 시들인데, 자연과 시인의 감성, 세계관이 일체를 이루면서 완숙된 고전적 품격을 보여준다. 이홍섭 시인은 해설에서 "해설 쓰는 책무를 망각한 채 각성과 설렘에 빠져들며 시를 쓰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고 감흥을 전했다.
10년 만에 내놓은 이번 시집은 광활한 러시아의 설원과, 압록강 두만강을 맞대고 있는 국경지역 등을 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일상에서 발현되는 소소한 문제의식을 뛰어넘어 확장된 북방의 공간 속에서 새롭게 발견한 아름다움, 순수한 세계를 열망하는 마음,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 이용악, 오장환, 백석 등이 선취했던 북방의 정서와 대륙적 상상력을 만나는 귀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국경이 사라져버린 시대에 만주, 연해주는 먼 곳이 아니다.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몸부림쳐야 하지만 분단은 우리가 뛰어넘지 못할 공간은 아니다. 첫눈을 기다리는 순정한 마음, 자작나무의 환한 빛, 폭설을 뚫고 피어나는 시베리아의 들꽃 같은 기운만 있다면 봄은 끝내 오리라는 것을 이 시집은 보여주고 있다.
송 시인은 “러시아 생활이 많은 자극을 줬다. 다만 옛 소련의 그림자가 드리운 러시아를 보다 보니 사용한 단어들이 좀 강렬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