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와 권력 세습이 혼재되어 나타나는 중앙아시아, 그곳에는 지금 어떤 일이..
독재와 권력 세습이 혼재되어 나타나는 중앙아시아, 그곳에는 지금 어떤 일이..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7.03.24 0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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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의 존재와 비즈니스 문제로 우리와 가깝고도 먼 곳이 중앙아시아 지역이다. 대부분 '스탄'으로 끝나는 국가명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나라를 혼동하거나, "그게 그것"이라며 헷갈려하는 곳이기도 하다.

중앙아시아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나라는 역시 고려인이 몰려사는 타쉬켄트와 알마타가 있는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이다. 나머지 3개국은 '들어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상태다. 가끔 '1인 독재체제'나 북한과 같은 '권력세습'  등으로만 소개되는 중앙아시아의 현재를 일본의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가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이 기사를 바탕으로 중앙아시아의 현 정치체제를 들어다 보자.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중앙아시아 등 옛 소련 국가들에서 부인과 자식들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국가의 '패밀리 비즈니스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지 4반세기 가까이 지났지만, 민주화보다는 국가안정을 우선하는 권위주의적 통치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는 2016년 9월 4반세기 동안 독재체제를 유지해온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이 사망했다. 당시 이 코너에서도 다뤘지만, 그의 딸이 권력을 승계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다행히도 카리모프 가문이 신뢰하는 총리가 권력을 이어받아 평화적인 권력이양, 혹은 권력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카자흐스탄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76)이 옛 소련 시대부터 권력(공산당 서기장)을 유지해 오고 있다. 그는 작년 9월 중순 맏딸 다리가(53)를 상원의 요직에 앉혔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대통령이 사망할 경우 상원의장이 직무를 대행한다. 따라서 장녀를 상원 요직에 앉힌 것은 앞으로 상원의장으로 만들어 대통령직을 물려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카자흐스탄에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을 '카자흐스탄 건국 대통령' 혹은 '국부'라는 이름으로 영웅화가 진행되고 있다.

인근 타지키스탄의 에모말리 라흐몬 대통령(64)은 작년 5월 국민투표에서 자신에 한해 중임제한을 철폐하는 한편, 대통령 피선거권을 35세에서 30세로 낮췄다. 장남에게 권력을 세습하기 위한 준비로 보인다. 

투르크메니스탄의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59)도 '종신 대통령'의 꿈을 감추지 않고 있다. 작년 9월에 70세를 상한으로 규정한 대통령선거 출마 연령 제한을 폐지했다. 올해 2월에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는 선관위 발표로 97% 이상의 압도적 득표율로 3선에 성공했다. 

중앙아시아 권력자들의 통치 수법은 다분히 정략적이다.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과 언론통제를 강화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풍부한 자원수입을 재원으로 공공요금을 무료화하는 등 사회주의적인 '당근'을 제시해 국민의 대 정부 불만을 억누르고 있다.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의 폭락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국민의 불만이 언제 터져나올 지 불안한 상황이다. 
 
권력 세습이 북한 못지 않는 곳이 카스피해를 끼고 있는 이슬람 국가 아제르바이잔이다.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실은 지난 2월 말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55)의 부인 메흐리반(53)이 제1 부통령으로 임명됐다고 발표했다. 작년에 이뤄진 헌법개정에 따라 신설된 부통령은 대통령이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될 경우 대통령직을 대행한다.

대통령이 자기 부인을 정권의 2인자 자리에 앉힌 것은 연고주의가 강한 옛 소련권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아들에게 권력을 이양하기 위한 선제 조치라는 관측이 많다. 알리예프 대통령도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은 2세 아닌가?

북한과 같은 3대 권력 세습도 가능해 보인다. 작년 9월에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부통령직 신설외에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하고 대통령 출마 연령 제한을 아예 없애는 내용도 들어있다. 알리예프 대통령의 장남은 아직 대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하면 아제르바이잔에서 김정은판 '20대 대통령'이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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