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서 14일 열린 흐루시초프카 재개발 반대시위, 이유를 들어보니
러시아 모스크바서 14일 열린 흐루시초프카 재개발 반대시위, 이유를 들어보니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7.05.15 05: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시아 모스크바서도 14일 재개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모스크바서 소위 '흐루시초프카'라는 5층짜리 아파트를 가 본 한국인들이라면, 이같은 시위를 이해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위는 늘 양측의 이해가 엇갈리면서 일어난다.

또 재개발사업이 부동산개발업체와 건설업체의 배만 불린다는 편견이 주민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시장경제체제에서는 어떤 형식이든 '부가가치'를 만들면 수익이 생기는 게 원칙인데, 러시아 주민들은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도심 재개발은 소위 '세입자'들의 반대로 종종 난관에 부닥친다. 소유자는 '부동산 값'이 오르거나, 거액의 보상금을 받으므로 재개발은 좋아한다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와 반대시위 주체가 다른 셈이다.

재개발 지역은 옛 소련의 흐루시초프 공산당 서기장 시절에 지어진 5층짜리 '흐루시초프카' 지역이다. 모스크바 시정부가 이 '흐루시초프카'를 철거하고 새 아파트들을 세우는 대규모 재개발 계획을 발표하자,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4월 20일 하원 1차 심의를 통과한 모스크바 재개발 법안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보류된 상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재개발 반대론자들은 14일 모스크바 시내 북쪽 사하로프 대로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경찰 추산 8천명, 주최측 추산 3만명이 참가했다. 당초 시위 주최측이 신고한 참가자수 5천명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였다. 이들은 '모스크바에 손대지 마라', '철거에 반대한다' 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재개발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당국은 시위 현장 주변에 경찰과 대 테러 진압부대 요원 등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이날 집회에 참가하려던 대표적 야권 정치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연단으로 이동하던 도중 경찰에 의해 집회장 밖으로 쫓겨났다.

앞서 세르게이 쇼바닌 모스크바 시장은 지난 2월 흐루시초프 서기장이 집권한 195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까지 건설된 5층짜리 조립식 패널 아파트 '흐루시초프카'를 대거 철거하는 재개발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수십 년씩 된 아파트들이 지나치게 낡아 도시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붕괴 위험까지 제기되는 등 문제가 있다며 시내 여러 곳에 있는 약 8천 채의 '흐루시초프카'를 철거하고 같은 지역에 현대식 아파트들을 세우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흐루시초프카'에 거주하는 많은 주민은 사전 논의도 없이 갑자기 발표된 시정부의 재개발 계획에 동의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재개발 과정에서 아파트 소유주들을 강제 이주시키려는 것은 재산권 침해이며, 녹지대가 많은 기존 아파트 지역에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환경 파괴도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