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혁명이 발발한지 100년이 지났다. 구 소련의 붕괴와 함께 사회주의 혁명은 끝난 것처럼 여겨지지만, 러시아 혁명의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하듯, 만화로 읽는 러시아 혁명사 ‘붉게 타오른 1917’(번역 김원일, 책갈피 출판)이 출간됐다. 외국에서 나온 원작 만화(글 존 뉴시이어, 그림 팀 샌더스)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영국 가디언의 만평가 스티브 벨이 “매우 흥미진진하다. 강렬한 붓놀림과 화려한 색채가 눈에 띄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평가한 원작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가상의 인물인 젊은 여성 노동자 나탈리야(나탸샤)와 병사 표트르의 체험 형식으로 1917년 러시아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을 전달한다. 한 평범한 노동자와 병사가 어떻게 혁명에 참여하고, 완성시키는 과정에 기여했는지 보여준다. 

혁명 당시, 혁명주체 세력은 소비예트를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냈다. 노동자들은 기존의 사장들을 내쫓고 직접 공장을 운영해 생산을 통제했고, 제정 러시아 시절의 온갖 차별적 조처를 폐기했다. 차르(황제)와 귀족, 대지주의 억압속에서 살아온 노동자 농민들은 처음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며 원하는 것을 표현했고, 평등과 자유를 누렸다. 레닌은 혁명을 “억압받는 사람들의 축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여성의 삶'은 더욱 크게 바뀌었다. 여성에게 완전하고 동등한 투표권, 고용 평등과 동일 임금이 법으로 보장됐고 자유로운 결혼과 이혼이 가능해졌다. 세계 최초로 낙태가 합법화돼 국립병원에서 무료로 낙태 시술을 했다. 공공 식당, 탁아소, 공공세탁소 등 덕분에 여성은 가사와 육아에서 해방됐다. 그게 여성을 더욱 착취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얻어내야 할 투쟁의 대상이니, 러시아 혁명은 한순간에 너무 많은 것을 바꿔놓은 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