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서울서 연구소의 대담회에 참석했는데, 뒷이야기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서울서 연구소의 대담회에 참석했는데, 뒷이야기가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7.05.24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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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벨라루스 출신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참석한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와의 대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 전쟁, 평화 그리고 인간’ 대담회의 뒷 이야기가 우리의 지적 수준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대담회는 지난 22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열렸는데,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대담회의 성격이나 참석자들을 감안하지 않은 발언들을 한 모양이다.

한겨레 신문에 따르면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이날 축사에서 ‘딸이 노어노문학을 전공해서 자신이 노문과 학부형이며, 딸은 로스쿨에 갔다’ ‘작가가 소련 사람인 줄 알았다’ ‘노벨상 수상자가 한국에 많이 왔는데 여자는 처음이다’라는 등 발언을 했다고 한다. 기사를 쓴 맥락은 성 총장의 부적절한 축사 내용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다.

예컨데 "노문과 교수들과 학생들이 준비하고 문학 연구자들이 모인 자리라면, '딸이 노문학과를 나오고 러시아 문학을 전공해 훌륭한 지성인으로 성장했다’는 형식적이지만 듣기 좋은 인사말을 하면 얼마나 좋으냐"는 말이다. 굳이 딸이 노문학과를 나와 로스쿨을 갔고, 변호사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해야 하느냐는 비판이다. 참고로 성 총장은 법대 교수 출신이다.

또 알렉시예비치는 소련이 해체된 1991년 이전부터 반체제 성향의 글을 써왔고, 강제수용과 민족분쟁 등 공산주의 시대 소련(러시아)의 그늘을 줄곧 비판적으로 기록해온 기자 출신 작가다. 지난 1월에는 세계 문학인 단체인 국제펜클럽 러시아 지부인 ‘러시아 펜센터’를 탈퇴했다. 그런데, 갑자기 "왠 소련이냐?"는 비판도 나올 만하다. 총장이라면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경력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지 않느냐는 힐난이다. 이날 대담회에선 러시아어와 한국어 동시통역이 제공됐고, 예상 인원 100명을 넘은 170여명이 참석했다.

서울대 러시아연구소 관계자 해명도 달려 있다. “성 총장은 대담회가 시작되기 전 알렉시예비치 작가와 30분 정도 차를 마시며 편하게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축사는 이런 분위기에서 친근하게 말씀하신 차원이었다”.

서울대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익숙하지 않은 분야이다 보니 의도와 다르게 오해를 일으킨 것 같다. 언짢으셨던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 서울대 총장이라면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인으로 알고 있는데, 저간의 사정을 잘 모르겠으나 이런 류의 해명을 접하면 더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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