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4세의 합법적 국내 체류를 위해 단체, 고려인들이 '국민인수위'에 호소
고려인 4세의 합법적 국내 체류를 위해 단체, 고려인들이 '국민인수위'에 호소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7.06.10 0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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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면 고려인 4세는 한국을 떠나야 하는 불공정한 규정을 고쳐줄 것으로 호소하기 위해 9일 서울·안산·광주 등 전국의 고려인지원단체 대표들과 고려인 등 30명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 설치된 '광화문1번가 국민인수위원회' 앞마당에 모였다. 새 정부에 국내 체류 고려인의 처우 개선을 위한 고려인특별법과 재외동포법 시행령 개정을 촉구하는 청원을 위해서다.

청원서 제출에 앞서 앳된 얼굴의 고려인 4세 김 율랴(고1) 양은 '대한민국의 어른들에게'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떨리는 목소리로 낭독했다. 국내체류 자격인 재외동포비자(F4)가 동포 3세까지로 한정한 재외동포법 시행령 때문에 그녀는 가족 동반 비자로 한국에 머물고 있다. 2019년에 만 19세로 성인이 되면 그녀는 한국을 떠나, 독자적으로 비자를 받아야 한국에 머무를 수 있다. 

그녀는 "4년 전 한국에 와 이제야 비로소 우리 가족이 살 곳을 찾았다고 기뻐했는데 내년이 지나면 또 떠나야 합니다. 성인이 되면 저는 체류신분이 없어진다고 합니다. 부모가 다 여기 있는데 저 혼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두렵고 막막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살게 해주세요"라고 호소했다. 

4만∼4만5천 명으로 추정되는 국내 체류 고려인 가운데 동포 4세에 해당하는 자녀들은 대략 1천여 명으로 추정된다. 

김 율랴 양에 이어 두 번째로 호소문을 들고 앞에 나선 고려인 3세 박 비탈리 씨는 "몸을 써야 하는 일용직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고려인은 입국해 90일은 의료보험 혜택을 못 받는데 이때 다쳐서 중환자실에 있는 형의 병원비로 가족이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고려인들은 하나같이 "동포도 아니고 다문화에도 해당 안 돼 보육지원도 의료보험도 못 받는 건 둘째치고 가족이 모여 살 수도 없다는 게 너무 속상하다"며 "고려인이 모국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장벽을 없애달라"고 호소했다. 

낭독을 마친 고려인 대표들은 하승창 대통령비서실 사회혁신수석에게 청원서를 전달했다. 하 수석은 "여러분의 호소가 무엇인지 잘 알겠다. 청원서를 잘 살펴 해당 부처에 보내 적극적으로 검토해 답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고려인특별법 개정 단장을 맡은 안산시 원곡법률사무소의 서치원 변호사는 "성인이 된 고려인 4세의 추방을 막는 길은 시행령 개정인데, 이는 국회 동의 없이 정부 의지만 있으면 바로 고칠 수 있다"며 "개정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원망을 안고 모국을 등져야 할 동포들만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광화문 1번가 국민인수위원회는 내달 12일까지 청원을 접수한다. 모든 청원에 대한 정부의 답변은 8월 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보고를 통해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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