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자국서 개발된 메신저 텔레그램을 금지할 수도, 그냥 둘수도 없는 처지에
러시아, 자국서 개발된 메신저 텔레그램을 금지할 수도, 그냥 둘수도 없는 처지에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7.06.27 0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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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정보 보안이 확실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 이용객이 급증한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 . 2013년 서비스를 시작한 텔레그램은 러시아 IT천재인 파벨 두로프(32)가 개발한 무료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이다. 최대 5,000명이 문자와 사진·동영상을 교환할 수 있으며 현재 이용자 수는 1억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정부는 자국에서 개발된 텔레그램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에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텔레그램이 이용자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면서 테러 단체들의 '통신망'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

실제로 지난 4월 15명의 생명을 빼앗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자살폭탄 테러에 메신저 '텔레그램'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정보국(FSB)은 26일 "상트페테르부르크 테러 사건을 조사하다 보니, 범인과 공범, 배후간 텔레그램을 사용했다는 믿을 만한 정보를 입수했다"며 "국제 테러단체 대원들이 러시아에서 암호화된 대화를 가능케하는 텔레그램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통신 감시 기관인 로스콤나드조르는 FSB의 발표 전에 텔레그램 측에 러시아내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경고를 보냈다. 인터넷 모바일 기업은 이용자 정보를 러시아내 서버에 두고 관리해야 한다는 등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러시아 정부가 고민하는 것은 텔레그램 사용을 금지할 경우, 러시아 주요 인사들이 '왓츠앱'과 같은 미국 메신저를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솔루션, 애플리케이션이 개인정보를 빼간다며 기피하는 상황인데, 텔레그램을 규제할 경우, 원하지 않는 미국산 메신저 사용으로 넘어갈 판이다. 이 사실을 잘 아는 텔레그램의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는 러시아 정부가 텔레그램 사용을 금지할 경우, 러시아인들이 '왓츠앱' 메신저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자기모순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4월 "우리는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계속 보호할 것"이라며 "정부와 어떤 거래도 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두로프 CEO가 이같은 개인정보 보호 방치을 계속할 경우, 러시아 정부는 계속해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답답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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