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시킨'의 어머니쪽 혈통이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걸 알고 나니, 다문화가정이..
'푸시킨'의 어머니쪽 혈통이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걸 알고 나니, 다문화가정이..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7.08.09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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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국민 시인 '푸시킨’의 혈통을 알고는 조금 놀랐다. 어머니쪽이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것이다, 그의 얼굴을 보면 곱슬곱슬한 구레나룻과 코, 두툼한 입술에서 아프리카 인의 특징이 보인다. 외증조부 아브람 페트로비치 간니발이 에티오피아 출신이기 때문이다. 간니발의 둘째 아들 딸이 푸시킨의 어머니다.

외증조부 간니발은 일곱 살 때 오스만튀르크의 술탄에게 인질로 보내졌다가, 한 해 뒤 다시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에게 넘겨진다. 이유는 정확하지 않지만, 간니발은 표트르 대제의 총애 속에 프랑스에서 근대 교육을 받고, 루이 15세의 군대에 들어가 대위까지 진급한 후 귀국한다. 

표트르 대제는 러시아 근대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차르다. 그는 18세기 초 유럽을 둘러본 뒤 조국 근대화의 큰 뜻을 품고 간니발 같은 외국인들도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후진적 러시아를 근대화하는 과정에 도움이 된다면, 외국인이든 미천한 가문 출신이든 가리지 않고 귀하게 쓰겠다는 뜻이다. 간니발이 바로 좋은 모델로 발탁된 것이 아닌가 한다. 간니발은 프랑스에서 귀국한 뒤 소장의 계급을 하사받았으며, 발트해 에스토니아 탈린 지역의 총독에 오리기도 했다. 아프리카 외국인이면서 러시아 제국 귀족 반열에 오른 셈이다. 

그리고 그의 장남 이반은 러시아제국 군대의 2인자 위치까지 올랐다고 한다. 다른 아들 오시프는 스스로는 이름을 크게 남기지 못했지만, 딸을 통해 푸시킨을 낳았다. 푸시킨이야말로 그가 남긴 최고의 업적일 것이다. 

표트르 대제와 간니발, 푸시킨 간의 관계는 단일민족을 내세우는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가 크다. 다행히 우리 곁에는 지금 다문화 가족들이 많다. 러시아CIS 출신의 다문화 가족이 한국판 푸시킨을 탄생시킬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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