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해진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 러-중국은 유리시아 횡단철도에 목매는데..
주춤해진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 러-중국은 유리시아 횡단철도에 목매는데..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7.08.20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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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시대의 핵심은 유라시아를 횡단하는 철도망이 기본이다. 러시아가 극동지역을 중시하는 동방정책을 강화하고,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을 펴는 데에는 횡단철도라는 기본 인프라가 존재하기에 가능하다.

유라시아 횡단철도는 크게 시베리아 철도와 중국 철도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철도는 시베리아횡단철도에 속하는 카자흐스탄~러시아를 거쳐야만 유라시아를 횡단하기에 진정한 의미로 '유라시아 횡단철도'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시베리아횡단철도는 구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라트비아 등 각 국가가 주관하는 철도로 운영되지만, 광궤의 중심지인 모스크바에서 각 국가간의 철로 이동을 조정한다.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도가도 끝이 없는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열차를 소위 '시베리야 횡단열차'라고 부르는데, 광궤가 깔린 구소련의 철도망이다.

그렇다면 이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중국 (횡단)철도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다음은 물류신문에 나온 관련 기사를 요약하면서 보충한 것이다.

러시아 시베리야 철도는 1,524mm 광궤이며, 중국 철도는 1,435mm의 표준궤다. 즉, 시베리야 철도를 타면, 궤의 변경없이 유라시아를 횡단할 수 있지만, 중국 철도는 중국-카자흐스탄 국경에서 표준궤에서 광궤로 변경해야 한다.

또 시베리야 철도를 이용하면, 러시아 열차로 계속 진행되지만, 중국 철도는 중국 열차로 운행하다가 카자흐스탄 국경에서 카자흐스탄이나 러시아 열차로 화적해야만 한다. 즉 중국의 각 출발역에서 직행열차로 중국을 횡단한 후 중국-카자흐스탄 국경에서 모스크바, 타슈켄트, 브레스트 등 도착지별로 직행 열차를 다시 구성해야 한다. 한마디로 극히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2015년 ‘일대일로’를 주창한 이후, 중국-카자흐스탄-러시아로 이어지는 철도망이 붐비기 시작했다. 2015년 이전에는 청도와 연운항과 같은 동부 항구에서만 열차가 출발했지만, 2015년부터 중경, 성도, 우한, 서안, 정주, 장사, 우루무치 등 중서부 내륙뿐 아니라 닝보, 이우, 광주 등 동부 지역에서도 출발하고 있다. 중국 지방 정부들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유럽을 비롯해 러시아 서부, 카프카즈 지역의 아제르바이잔, 이란 등 주로 선박운송을 해온 화물을 중국 철도로 옮겨태울 경우 큰 보조금을 화주들에게 지급한다. 컨테이너당 1,000~2,000달러에 달할 정도로 파격적이다. 그러니, 화주들이 약간의 리스크를 안고도 중국 철도를 이용하지 않을 리가 없다. 중국 정부는 통 크게도 2025년까지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니, 그때까지 중국 철도가 활성화할 수밖에 없다.

물류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방정부는 매주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화물 열차를 출발시키기로 했는데, 수출 컨테이너 화물이 부족하면 비어있는 컨테이너를 실어 유럽행 정기 열차를 출발시키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그렇게 하다보니, 중국에서는 2016년 무려 1,702회의 유럽행 열차를 운행했으며, 올해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화주들이 중국 철도를 이용하는 장점은 또 있다. 철도를 사용하면 중국에서 유럽까지 약 20~23일 만에 도착하며, 해상운송보다 14~20일이 단축된다. 카자흐스탄 철도청도 유럽행 화물에 최우선적으로 환적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러시아 루블화가 경제난으로 통화가치가 반토막나면서 철도 사용료가 크게 줄었다. 그만큼 유라시아 횡단철도의 가격 경쟁력이 커진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주창하며 유라시아 시대를 열어가려 했지만 현재 흐지부지된 상태다. 중국에게 물류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면, 유라시아 횡단철도를 이용하는 노하우를 계속 개척하고, 축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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