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은 성공한 야말 프로젝트, 가스 수송용 대형 선박 최단시간 북극항로 통과
절반은 성공한 야말 프로젝트, 가스 수송용 대형 선박 최단시간 북극항로 통과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7.08.29 0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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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베리아 야말반도에서 채굴한 천연가스를 싣고 북극 해상을 지나 아시아로 오도록 설계한 러시아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인 크리스토프 드 마르주리(Кристоф де Маржери)호(사진)가 최근 충남 보령항에 도착했다. 이 선박은 대우조선해양이 야말반도 프로젝트(야말 반도 채굴 천연가스 수송)의 성공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쇄빙형 대형 수송선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야말반도 사베타항에서 열린 이 수송선 취항식에 직접 참여해 “북극을 여는 거대한 이벤트”라고 말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던 배다. 쇄빙선의 도움 없이 대형수송선이 사상 처음으로 북극항로를 거쳐 노르웨이 함메르페스트를 출발한지 19일 만에 한국에 도착했으니, 모든 해양전문가들이 놀랄만 했다.

만약 이집트 수에즈운하를 통과해 인도양을 거쳐 한국으로 왔다면 운항시간은 적어도 1주일여가 더 걸렸을 것이다. 이번 북극 항로 통과 소요 시간은, 이 선박을 소유한 운송회사 소브콤플로트에 따르면, 역대 최단 기록을 세웠다. 지난 7월 31일 러시아 북쪽 북극권을 지나는 ‘북동 항로’의 서쪽 기점인 노바야제믈랴(새로운 땅) 제도의 젤라니야곶을 출발해 아시아 동쪽 끝인 데즈뇨프곶에 지난 6일 도착했으니 6일 반나절이 걸린 셈이다.

러시아는 올 연말부터 야말반도서 채굴한 천연가스를 이 선박에 실어 아시아로 수출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향후 같은 종류의 선박 14척을 추가로 건조한다. 소브콤플로트의 빌 스피어스 대변인은 “과거에는 북극 항로가 여름에서 가을까지 4개월 정도만 이용됐고, 그나마도 쇄빙선의 호위가 필요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사베타항에서 북극권을 지나 유럽으로 가는 서부 항로는 1년 내내, 아시아쪽으로 가는 동부 항로는 7월부터 12월까지 쇄빙선의 도움 없이 항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북극 항로의 이용 기간이 늘어난 것은 물론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한다. 또 조선기술의 발전때문이기도 하다. 해양학자인 사이먼 복설 사우샘프턴대 교수는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멈춰도 북극의 얼음이 줄어드는 것은 당분간 막을 수 없다"며 "북극 항로는 2020년이면 더 활발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 국립설빙데이터센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북극의 얼음 규모는 역대 최저치를 매년 경신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극 항로에 주목하고 있다. 한-러시아 경제협력의 한 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해운업계는 몇 차례 북극 항로를 이용하는 시험 운송에 나서기도 했다. 부산항을 떠나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수에즈운하를 거치는 남방항로로는 24일이 걸리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14일 만에 운송이 가능하다. 운항 거리가 2만1000㎞에서 1만2700㎞로 짧아져 연료비도 크게 절감되기 때문이다. 

다만 몇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놓여 있다고 한다. 9월 초 극동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릴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만나 이 문제의 해결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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