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대러 경제제재가 가져온 경제효과는? 농수산 분야 투자및 생산량 증가
서방의 대러 경제제재가 가져온 경제효과는? 농수산 분야 투자및 생산량 증가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7.09.06 0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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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대러시아 경제제재가 되레 러시아를 농수산 강국으로 만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러시아 농수산 분야에 대한 투자가 부쩍 늘면서 농수산물 생산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발전속도로 본다면 앞으로 러시아가 세계를 먹여살릴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그 계기는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였다. 미국과 유럽대륙은 러시아에 대한 보복 조치로 대러 경제제재조치를 단행했고, 러시아는 서방의 농수산식품 금수 조치로 맞섰다. 물론 러시아는 한동안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국제유가 하락과 맞물려 경제난이 급격히 심화하고, 시장은 농수산물 부족에 시달렸다. 러시아의 금수조치로 육류및 생선 수입의 약 60%, 유제품과 채소 과일 수입이 50%가 줄어들었다. 통계를 보면 2013~2016년 유럽연합(EU)으로부터의 식료품 수입이 40%나 급감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유럽산 고급 식품에 밀려 설 자리를 잃었던 러시아 농수산업체에게는 도약의 기회가 찾아왔다. 푸틴 대통령은 식료품 부족을 조기에 타개하기 위해 농수산업에 대한 투자를 지시했고, 국영기업 등 농수산관련 기업의 투자가 뒤를 이었다. 외국인 투자도 가세했다. 러시아에 농수산물을 판매하던 유럽 농가들은 가격이 폭락하고 판로가 막혀 비명을 지르고 있다. 현실을 비관해 자살하는 농부들이 늘어 프랑스 정부는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덕분에 생산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 농림부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수십년만에 처음으로 밀 수출규모가 미국을 앞질렀고, 올해는 유럽시장 최대 밀 수출국이 될 전망이다. 올해 러시아 곡물 생산 규모는 1억3000만t이 넘을 전망이다. 1978년 당시 소련 정부가 집단농장에 집중적인 투자로 사상최대 곡물생산을 기록한 것보다 더 많은 규모다.

수출 역시 크게 늘고 있다. 알렉산드르 카초프 농무장관은 최근 러시아의 곡물 수출이 올해 4000만t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산 농수산식품 금수조치가 오히려 러시아의 수출 물량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러시아 최대 연어 양식업체인 러시안 아쿠아컬쳐도 올들어 연어 어확량이 평년의 6배를 넘어섰다고 한다. 올 상반기 연어 어확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64% 늘어났다. 연어 양식장을 확충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러시아 재벌 시스테마가 소유한 농업기업 스텝은 올해 밀 생산이 전년대비 80% 증가했다. 

이에 따라 농수산업 투자가 늘고 있다. VTB 캐피털의 리서치 애널리스트 니콜라이 코발레프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관련 분야에 지금까지 50억 달러의 투자가 이뤄졌다"며 "러시아 농수산물 업체들, 특히 과일, 채소, 치즈, 우유, 육류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큰 손' 빅토르 벡셀버그가 소유한 러시아 투자회사 레노바는 추운 기후를 이길 수 있는 온실 사업에 무려 3억9000만유로를 투자했다.

관련 업체 주가도 치솟고 있다. 농수산업체 루스아그로, 포스아그로, 체르키조보 주가는 2014년 대비 2배가 넘어섰고, 러시안아쿠아컬쳐 주가는 4배나 올랐다. 
이같은 상황에 미 거물 투자자 짐 로저스는 "서방이 제 발등을 찍고 있다"면서 "경제제재는 러시아를 고통스럽게 할 의도였지만 러시아 농업은 이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아그로 지분을 갖고 이사회에 참여하는 로저스는 "돈이 쏟아져 들어오고, 전문가들도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며 5년 뒤면 러시아 농업 기반이 완전히 자리를 잡고 능력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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