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제대로 알려고 노력한 멋진 글, 사진과 함께 갖고옵니다/ "감사"
러시아를 제대로 알려고 노력한 멋진 글, 사진과 함께 갖고옵니다/ "감사"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7.10.07 0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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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러시아를 제대로 전달하는 글을 인터넷에서 읽었다. 아니, 오마이뉴스에 오른 글이다. 시민기자? 강인규라는 분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서 겪은 일이면서도,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무지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글이다. 연구년을 맞아 러시아에 왔다고 하니, 대학에서 뭔가를 가르치는 분이나 연구원이 아닐까 짐작한다.

우선 빵집 이야기. 그 분이 석달만에 겨우 빵집 주인을 미소짙게 만든 곳이다. 아마도 말은

"'바똔' 하나에 '카뿌치나' 한 잔 주세요"로 충분했을 것이다. 더 덧붙일 수 있는 말이라면 "어제 빵은 진짜 맛있었습니다!" 정도?

'바똔'은 맛있는 빵이 아니다. 그냥 막대처럼 생긴, 러시아 CIS 어디를 가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러시아 전통 빵이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으로 기억한다. 올해 초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를 갔을 때, 슈퍼마켓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러시아식 바똔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없었다. 그분이 경험한 대로 '바똔을 손으로 뜯어 입에 넣으면 껍질은 바삭하고 고소하며, 속은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그런 느낌을 가진 '바똔'을 찾지 못했다. 

그분이 이 빵집에 관심을 준 것은, 순전히 매주 토요일이면 '바똔'과 함께 길바닥에 내놓은 종이 한장(사진) 때문이다. 그 사진을 함부로 가져오면 안되지만, 염치 불구하고 가져온다. 혹시 불편하시면 연락주시라. 이 글과 그 사진을 모두 삭제할 것이다. 



위 사진에서 보듯이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연금으로 생활하시는 분들과 배가 고픈 분들께 드립니다. 빵을 살 여력이 있는 분은 다른 사람에게 양보해 주세요. - 사랑을 담아, 빵집 드림." 
그리고 매주 토요일 12시면 어김없이 빵이 거리로 나왔고, 5시까지 그렇게 있었다.

러시아에 대한 성찰은 이렇게 시작한다.
"연구년을 맞아 러시아에 왔다. 이 나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공교롭게도 대다수의 무관심이었다. 나를 포함해, 세계에서 가장 큰 이 나라에 대해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사실 이 코너에서 자주, 기회가 되면 쓰고 또 썼다. 우리는 러시아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다고, 그래서 바이러시아(www.buyrussia21.com) 사이트는 러시아를 알고자 하는 분에게 무조건 무료로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라고. 러시아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무슨 생각이 드느냐고 묻기도 하고, 그 비슷한 시각으로 글을 쓰기도 했다. 체류 경험때문인지 모르지만, "러시아는 어떤 곳이냐/"고 물으면, 난 "미녀가 많은 곳"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춥고 보드카 발레.. 직업 때문에 생긴 옐친..

그 분은 이렇게 러시아를 말한다. 
"영화사 책을 들추면 에이젠슈테인 감독의 <전함 포템킨>이 첫 장에 나오고, 미술사에서는 전위예술의 발상지, 문학개론에서는 '러시아 형식주의'가 빠지는 법이 없다."

또 "화학에서는 '주기율표'의 고향, 물리학에서는 '질량보존의 법칙'의 탄생지, 항공과학에서는 '최초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나라이자 '인류 최초로 인간(그리고 쥐와 개도)을 우주에 보낸 나라'로 기록하고 있다."

러시아에 무지한 사람들이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그분의 경험을 말하면 2015년 러시아에 취재갔다오니, 미국 친구가 물었단다.
"러시아에 종교가 있어?"
"러시아에서도 마음 놓고 인터넷을 쓸 수 있어?"

그 분의 설명은 이렇다.
"러시아 정교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는 명실상부한 기독교다. 나는 친구에게 러시아 내 기독교 신자 비율이 인구 절반이 넘으며, 인터넷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것은 물론, 한 달에 12불(약 1만4천 원)이면 스마트폰으로 60기가 데이터(700분 통화에 문자 700통 포함)를 쓸 수 있다" 

그 분이 러시아를 아니, 다른 나라를 보는 시각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글에서 느낄 수 있었다.

"나이가 들고 방문하는 나라가 늘어가면서, 나라 간의 관계나 사람 간의 관계가 그리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물론, 사람들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을 사귀고 싶어한다. 어떤 사람이 관심을 갖고 접근하면서, 당신의 매력, 교양, 지식, 개성을 제쳐둔 채, 재산이나 지갑에 든 돈에 집착한다고 생각해 보자.
우리는 모든 우방들을 경제적 이해관계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는다. 예컨대 한국 사람들이 프랑스나 스위스에 관심을 갖는 까닭이 '막대한 포도주 보유고'나 '뻐꾸기 시계 제조 비법'을 탐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유독 러시아에 대해서는 이런 천박한 사고가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다. 우리는 어쩌다가 러시아라는 나라에 이런 기괴한 태도를 지니게 되었을까?
냉전적 사고로 인한 기피, 그리고 그 결과로 탄생한 무지가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수많은 '최초'의 역사가 보여주듯, 러시아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런 면에서, 나는 우리가 러시아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득이 '다르게 사고하기'라고 생각한다."

우리와, 미국과 다른 70년간의 소비에트 체제가 러시아에 드리웠던 그림자가 짙은 만큼, 그 체제가 베푼 혜택도 무시할 수 없다.
그 분은 "지금 러시아 국민이 누리는 140일의 출산 휴가, 1년 반에서 3년에 이르는 육아휴직, 존재하지 않는 비정규직 차별, 고교까지 완벽한 무상교육과 한국 절반 이하인 대학 등록금, 기초과학과 예술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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