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신 북방정책에 따라, 국내 중소기업들이 러시아에 진출해야 할텐데..
새 정부의 신 북방정책에 따라, 국내 중소기업들이 러시아에 진출해야 할텐데..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7.10.07 0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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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보복 등으로 중국에 대한 기대가 옅어지면서 러시아와 인도가 '포스트 차이나'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와 인도는 아직도 서방식 무역 관행이 정착되지 않는 지역이라는 평가가 존재하고, 실제로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 사실 중국도 초창기에는 다를 바 없었다. 우리가 꾸준히 개척하고 바꾸고, 만들어나간 탓에 중국이 그나마 사업하기 괜찮은 곳이었지, 초창기에는 기업 피해도 적지 않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아직은 무역 비중 1% 수준에 불과한 러시아가 ‘포스트 차이나’로 가능할까? 솔직히 말하면 부정적이다. 러시아는 중국과 다르다. 유럽과 가깝고, 이미 유럽식 생활방식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은 우리와 비슷하게 아시아적이고, 유럽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곳 아니던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들어 러시아로 향해 새로 '신북방정책'을 외치면서 다양한 러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다양한 대안이 제기되고 있다. 북방시장 진출 전문 중소기업 집중 육성이 대표적이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내 전담조직 설치 등이 제시된다. 

실제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등 중소기업 대표들이 동시베리아 경제 중심지인 이르쿠츠크를 방문, 한-러 경제포럼을 열고 러시아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다. 박 회장은 이르쿠츠크에서 ‘범 중소기업 컨소시엄’ 구성을 예고했고, 당장 중소기업 기술력이 함께할 수 있는 가스‧철도‧전력 산업을 선봉으로 해 진출을 꾀할 것이란 전략도 제시했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의 참여 의지와 역량, 그리고 정부의 지원체계 구축일 것이다. 박 회장과 함께 이르쿠츠크를 방문했던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우선 북방시장 진출 전문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중소기업 북방 뉴프런티어 1만개’를 만들어야 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또 극동지역에 중소기업을 위한 전용단지를 조성하고, 중소기업 북방 클러스터 구축과 물류및 에너지 분야 협업, 중소기업 상품시장 확장 등을 제시했다. 분야가 다른 중소기업들이 서로 협업을 통해 대기업과 같은 네트워크를 구축해나가자는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분야가 다른 중소기업이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것도 국내에서 서로의 이해 관계가 달라 어려울 것이고, 러시아에서는 확실한 브랜드를 구축해야 할텐데, 이때 브랜드를 어떻게 선점할지도 난감하다. 

현재 한-러시아 관계를 보면 더 암담하다. 한국의 대 러시아 투자는 2016년 누적액 기준으로 24억779만달러이며, 2016년엔 고작 1억1044만달러에 불과했다.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이후 근 3년간 투자가 전무했다고 보면 된다. 현대자동차 정도만 근근히 버텨왔다. 

우리나라의 대러시아 진출 신규 법인 수도 그 사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들이 대 러시아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는 최근 몇년간에 우리에게는 러시아 진출의 호기였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신규법인 설립 수는 2007년 52개, 2008년 62개를 기록했으나, 2014년 21개, 2015년 18개, 2016년 17개를 기록했다. 현재 러시아 진출기업은 총 150개사 정도로, 이중 중소기업은 30여개사 뿐이다.

한-러시아 관계의 현상만 놓고 보면 향후 정부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러시아 시장 진출의 전초기지를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농협과 같은 브랜드를 만들어 군내 중소기업 제품들을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해야 한다. 그래야 초창기에 스스로 경쟁력을 가진 일정 규모의 기업을 제외하고, 나머지 중소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불행하게도 이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해도 실제로는 쉽지 않는 구상이다. 그래도 정부에선 중기부 내 ‘러시아’ 전담조직을 설치하거나, 최소한 전담 담당자 정도는 배치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게 필요하다. 현재 중기부에는 국제협력담당관 내 유럽을 통틀어 주무관 한명이 담당하고 있을 뿐 러시아 전담은 없는 상태다.

또 정부 주도하에 ‘한-러 중소기업 민관합동 협의체'나 한-러 중소기업 통상‧투자 증진을 위한 ‘중소기업 협력포럼 창립’ 등도 만들어 한-러 중소기업간 혹은 한-러 관련 조직간 네트워크를 만들도록 지원해야 한다. 러시아에서 중소기업 몇개가 나서서 관련 네트워크를 만들려고 하면, 우선 브랜드 신뢰도가 없어 러시아측 협력을 끌어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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