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보니, 뒤늦게 문 대통령이 14일 필리핀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 만난 사실이 기사회됐다. 격이 좀 떨어지지만, 극동 개발을 포함해 미래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함께 추진키로 합의한 것, 현재 진행 중인 한-유라시아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실무 협의를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하기로 한 것 등이 브리핑속에 포함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문 대통령이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등 많은 한국 기업이 시베리아 횡단열차(TSR)를 이용할 수 있게 통관 절차 간소화 및 열차 확보 등을 요청한 점이다. 아주 현실적이고 구체적 양국 협력에 대한 접근이다. 유럽으로 수출품은 이제 TSR를 태워야 한다는 게 정석이다. 가장 빠르고 값싸고 안전하게 수송하는 방법이다. 우리로서는 미리 TSR을 선점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와함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현대차 공장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특혜조치 연장도 요청했다. 안밖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대차로서는 그나마도 '가믐의 단비'같은 조치가 될 수 있다.
한국과 중국 간에는 사드 보복과 같은 경제적 협력 관계가 늘 화제였지만, 한-러시아 관계에서 뒤로 밀렸다. 그런 면에서 문-메드베데프 회담은 한-러 관계도 이제는 구체적인 경제적 협력 단계로 올라 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뒤늦었지만, 한-러 관계도 이제는 정치적 접근보다는 경제적으로 서로 이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 메드베데프 총리와 만나 경제를 이야기한 것도 적절했다.
메드베데프 총리도 모르지 않았다. 그는 "한-유라시아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한국 측과 긴밀히 협의할 의향이 있다"며 사할린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극동지역 조선업 현대화사업, 수산물·농산물 분야에서의 양국 간 협력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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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문 대통령은 "이왕 맞는거 성의있게 하면 되지"라며 회담장 밖으로 나갔다고 했다. 그는 문밖에서 메드베데프 총리를 만났고, 회담장 안으로 같이 걸어들어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