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총리 권력분산한 몰도바, 정국운영 거듭 파행/이원집정제 취약점 드러내
대통령-총리 권력분산한 몰도바, 정국운영 거듭 파행/이원집정제 취약점 드러내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8.01.07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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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련권에 속했던 소국 몰도바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대통령과 친서방 내각 간의 대립으로 최근 3개월 새 대통령의 권한이 세 차례나 일시 정지되는 정치 혼란이 빚어졌다.

이같은 혼란은 권력의 분산이란 이상적 목표를 겨냥한 이권집정제 권력구조가 정치가 안정되지 않는 국가에서 나타날 수 있는 취약점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개헌 논의, 역시 우리의 정치 수준에 맞게 이뤄지고, 실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실제 사례다. 

외신에 따르면 몰도바 헌법재판소는 5일 의회가 채택한 '외국선전법' 공표를 두 차례나 거부한 이고리 도돈 대통령의 권한 일시 정지를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은 의회가 채택한 법률에 대해 한 차례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의회가 재차 법률을 승인하면 이를 공표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은 (두 차례의 법률 공포 거부로) 고의로 헌법적 책임 이행을 거부했으며 이에 권한을 일시 정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률 공표권은 총리나 의회 의장에게로 넘어갔다. 

문제의 외국선전법은 지난해 12월 초 몰도바 의회가 채택한 법안으로, 지난 1993년 발효한 '유럽국가방송조약'을 비준하지 않은 국가에서 제작된 TV·라디오 프로그램의 방영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러시아는 이 조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따라서 구 소련시절 러시아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해온 몰도바 국민은 러시아 프로그램을 볼 수 없게 됐다. 

도돈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외국선전법은 몰도바 국민의 정보 획득에 관한 자유를 공개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어떤 이유로도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법률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몰도바 헌법재판소는 앞서 지난 2일 2명의 부총리와 5명의 장관에 대한 임명 승인을 두 차례나 거부한 도돈 대통령의 권한을 일시 정지하고 임명 승인권을 총리나 의회 의장에게로 넘기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도 국방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대통령과 총리가 충돌하면서 대통령의 권한이 일시 정지됐고, 의회 의장이 장관 임명안에 서명한 바 있다.

이같은 국정 파행 운영은 지난 2016년 11월 친러시아 성향의 도돈 대통령이 결선 투표 끝에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예상됐다. 친서방 정책을 추진하는 기존의 파벨 필립 총리 내각과 줄곧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몰도바 권력구조는 내각책임제를 근간으로 한 대통령-총리 이원집정제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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