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도 #미투 운동 불붙나? 여기자가 하원위원장 겨냥 성추행 폭로..
러시아에도 #미투 운동 불붙나? 여기자가 하원위원장 겨냥 성추행 폭로..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8.03.03 1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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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투 운동이 러시아로 간 것은 필경 아닐테고, 공교롭게도 엊그제 러시아 하원 외교국제관계위 위원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할 뻔했다는 폭로가 잇따라 나왔다. 폭로자는 위원장과 인터뷰를 시도하던 여성 기자와 PD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스크바 소재의 TV채널 '도쥐디(Дождь 비라는 뜻) 다리야 주크는 1일 레오니드 슬루츠키 하원 외교위원장을 겨냥해 "당초 익명의 폭로자가 자신"이라고 얼굴과 신원을 공개하면서 "슬루츠키 위원장이 2014년 인터뷰 차 방송국 스튜디오에 와서는 자신을 강제로 만지고 키스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공개한 비디오 영상(사진)에서 "슬루츠크 위원장님(아래 사진), 이래도 사실이 아니라고 잡아뗄 것인가? 질문을 한다"고 직격탄을 쏘았다. 


3월 대선에 입후보한 유일 여성후보 크세니야 소브차크는 즉각 하원 의장에게 슬루츠키 위원장을 하원 윤리위에 회부할 것을 요구했고, 하원 윤리위는 대선 이후 모든 정파가 참여하는 윤리 조사 특위를 구성해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러시아에서 이 같은 폭로는 주로 정적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우리나라에 비해 성적 개방 정도가 심한 러시아지만, 여성의 권리나 가정 폭력에 대한 법적인 처벌 장치나 의식 수준은 서방 국가들에 비하면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미투 운동마저 과거의 행위를 뒤늦게 꺼집어내 남성을 폄훼하는 과장된 여성 운동으로 무시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여성 기자와 PD가 하원 외교위원장을 직접 겨냥하면서 정치권의 반응은 뜨거워지고 있다. 마치 힘있는(?) 여검사의 성추행 폭로가 우리나라에서 #미투 운동의 불을 붙인 것과 비슷하다. 

우리의 여검사에 해당하는 용감한 여기자는 RTVI 채널의 에카테리나 코트리카제 부편집장. 그녀는 7년 전 인터뷰 요청차 찾아간 자신을 사무실에다 가두며 만지려고 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슬루츠키 위원장은 이미 몇사람의 익명 여성들로부터 성추행 폭로를 당한 상태였는데, 페이스북에 "나를 러시아의 하비 와인스타인으로 만들려는 수작"이라고 반응하자, 발끈한 코트리카제 기자가 생방송 중에 자신이 당한 일을 전격 공개한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여성들의 성의식을 감안하면, 두 여성의 용감한 폭로가 우리나라처럼 #미투 운동으로 불붙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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