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시아 갈등의 핵 '마그니츠크 법' 제정을 둘러싼 비화를 담은 책 '적색 수배령'
미-러시아 갈등의 핵 '마그니츠크 법' 제정을 둘러싼 비화를 담은 책 '적색 수배령'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8.03.28 0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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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미국의 외교적 대립을 다른 뉴스에는 가끔  '마그니츠키 법'이란 용어가 등장한다. 미국이 2011년에 제정한 이 법안은 러시아 변호사 마그니츠키의 옥중 사망에 연관된 러시아인들의 미국 비자 발급을 거부하고 이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내용으로, 그래서 '마그니츠키 법'으로 불린다. 

마그니츠키 사망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젊은 변호사 마그니츠키는 미국 자산운용사 허미티지 캐피털의 러시아 사업에 자문하던 중 러시아 고위관리가 연루된 거액의 부정 부패를 발견하고 폭로했다. 그러나 그도 탈세 혐의로 투옥됐고, 2009년 11월 모스크바의 한 교도소에서 사망했다. 

당시 허미티지 캐피털의 최고경영자(CEO)였던 빌 브라우더는 마그니츠키가 고문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했고, 미국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미 의회는 여론을 등에 업고 반러시아적인 '마그니츠키 법'을 제정했고, 러시아는 미국인의 러시아 아동 입양을 금지하는 법안으로 맞섰다. 이 이슈는 여전히 미국과 러시아 간의 갈등 요소로 남아, 가끔 뉴스에 이 용어가 등장한다. 

허미티지 캐피털 CEO인 브라우더가 당시에 자신이 겪은 일을 모아 '적색 수배령'(김윤경 옮김. 글항아리 발간, 496쪽. 1만9천500원)을 펴냈다. 브라우더는 1936년과 1940년 미국 공산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얼 브라우더의 손자다. 그는 아무도 러시아에 관심을 두지 않을 당시 러시아 투자에 눈을 돌려 러시아에서만 45억달러 규모의 자산운용사를 운용할 만큼 큰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2005년 모스크바의 공항에서 여권을 압수당하고 추방당했다. 책은 그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러시아 투자에서 승승장구하던 브라우더는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러시아의 모라토리움 선언으로 자본금의 90% 이상을 잃었다. 그는 그 손실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정경유착 상황에 맞딱뜨리자 이를 폭로하는 한편, 올리가르히에 정면으로 맞섰다. 때마침 집권한 푸틴 대통령이 올리가르히들을 배척하며 권력을 장악해가던 시기여서 브라우더는 올리가르히와 대결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브라우더도 결국 푸틴의 눈 밖에 나면서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이 책에서 함께 올리가르히와 권력에 맞섰던 친구 마그니츠키 변호사가 옥중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친러시아 투자가에서 반 푸틴 인권운동가로 변신해 활동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그는 러시아를 푸틴 대통령이 모든 권력을 쥐고 흔드는 범죄기업으로 묘사하며 자신의 추방과 마그니츠키 죽음의 배후에는 푸틴 대통령이 있다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이에 맞서 마그니츠크 사후 진행된 재판에서 마그니츠키와 브라우더에게 거액의 탈세 혐의로 기소해 유죄 판결을 받아냈고, 브라우더는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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