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메로보 쇼핑몰 화재 희생자를 키운 원인은 한국과 똑같다/화재 경보기, 비상문
케메로보 쇼핑몰 화재 희생자를 키운 원인은 한국과 똑같다/화재 경보기, 비상문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8.03.30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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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케메로보 쇼핑몰 참사사건 수습이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현지에선 29일 화재 참사 희생자 가운데 신원 확인 작업이 끝난 15명의 장례식이 열렸다. 사고 수습 본부는 지금까지 어린이 41명을 비롯, 64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부상자는 어린이 27명을 포함해 76명이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케메로보 지방법원은 이날 화재가 난 쇼핑몰 '겨울 체리' 대표 나데즈다 수드데녹을 비롯해 안전 문제를 담당한 기술 이사, 화재 당시 쇼핑몰 수동 화재 경보장치를 끈 경비회사 직원 등에 대해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화재 원인과 관련, 알렉산드르 바스트리킨 연방수사위원회 위원장은 가장 가능성이 큰 화재 원인으로 쇼핑몰 4층 어린이 놀이시설에서 발생한 전기 합선을 들면서 동시에 방화 가능성도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화 가능성에 대한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한 현지언론은 목격자와 수사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4층 놀이시설 가운데 하나인 '건조 욕조'에서 방화로 인한 발화가 시작된 뒤 주변으로 불이 번졌다고 보도했다. '건조 욕조'란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플라스틱 재질의 작은 공들을 넣어둔 큰 욕조형 놀이 시설이다. 한국에서도 볼 수 있다. 목격자는 불이 시작돼 곧 천장에 설치된 그물막과 어린이용 실내 암벽 타기 시설로 옮겨 붙었고, 정전이 발생했다고 증언했다. 

화재 당시 어린이 놀이시설에서 '도우미'로 일했던 한 남성은 12세쯤으로 보이는 청소년이 여러 차례 회전목마 시설에 불을 지르려는 것을 목격했다고 했다. 구속된 쇼핑몰 대표 수드데녹는 "비 러시아계 외모의 청소년들이 최근 한 달 동안 쇼핑몰에서 계속 소란을 피워 내쫓으려 했었다"면서 "사고 당일에도 이들이 4층 어린이 놀이시설에서 목격됐으며 이들이 방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화재 원인과 무관하게, 희생자를 크게 키운 건 쇼핑몰 직원들의 안전불감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쇼핑몰의 화재경보기는 1주일 전부터 작동하지 않았고, 사설 경비업체 직원은 사고 당일 통제실 기기에 화재 발생 신호가 들어왔음에도 수동 화재 경보 시스템을 꺼버린 것으로 조사 결과, 확인됐다. 이 때문에 4층 영화관과 놀이시설에 있던 방문객들은 유독성 연기가 실내에 가득 찰 무렵에야 화재 사실을 깨닫고 공황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또 수백 명의 관람객이 있었던 영화관 출입문과 건물 비상탈출구 문 등은 화재 당시 모두 잠겨 있었다. 영화관 출입문은 표를 사지 않고 몰래 영화관에 들어가는 불량 청소년들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이고, 비상탈출구는 외부인의 건물 출입을 차단하기 위해 폐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쇼핑몰 직원들은 불이 확산하자 방문객들을 안내하고 대피시키기는커녕 먼저 건물에서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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