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 시절 학살자 유골을 찾아낸 인권 역사학자 드미트리예프, 석방/일부 무죄
스탈린 시절 학살자 유골을 찾아낸 인권 역사학자 드미트리예프, 석방/일부 무죄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8.04.0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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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인권운동가이자 역사학자인 유리 드미트리에프가 5일 '아동 포르노 소지' 혐의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갔다. 그의 석방은 푸틴 대통령 체제의 인권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리 드미트리에프는 스탈린 통치 시절 숙청으로 숨진 9천여 명의 존재를 밝혀낸 역사학자로 정평이 나 있다. 1930~1955년간 운영됐던 소비에트 강제노동수용소 '굴라그'  ГУЛАГ 의 존재를 끝까지 파고들어 수용소에서 숨진 이들의 묘지들을 찾아낸 것이다. 사망자들의 유골은 러시아 북서부 산타르모크 숲 속 마을 공동 구덩이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

그는 당시 학살희생자를 위한 인권단체 '메모리얼' Мемориал 측과 발굴에 나서 성과를 냈다. 메모리얼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시절 수용소 군도 희생자들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위원회가 그 전신으로, 지금은 러시아 최대 인권단체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메모리얼 카렐리야 자치공화국 지부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사회분위기가 바뀌면서 '불편한 진실'을 밝혀낸 드미트리예프에 대한 평가도 야박해졌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스탈린 시대를 지나치게 악마의 시대로 부각하는 것은 소비에트연합, 즉 러시아를 공격하는 수단 가운데 하나가 된다"고 주장하면서 친 정부 언론매체들은 대놓고 드미트리에프의 공적을 훼손하기 시작했다. 그가 유골을 대량 발견했다고 주장한 곳은 1939년 발발한 핀란드와의 이른바 '겨울 전쟁' 당시 핀란드인들이 소비에트 군 소속 군인들을 처형한 장소라는 것.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고 역사학자들은 말한다. 

그는 2016년 12월 당시 11살이었던 입양 딸의 발가벗은 모습을 담은 사진 9장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됐다. 메모리얼 측은 즉각 그를 '정치범'으로 규정하고, 수사관들이 익명 제보를 근거로 드미트리에프 자택을 불법 수색하고, 조사중에 정신감정을 의뢰하는 등 일련의 행동은 과거 스탈린 시대를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5일 열린 법원 선고에서 그는 포르노 사진 소지 혐의에서는 벗어났다. 하지만 법원은 불법 총기 소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2년6월을 선고하면서 지금까지 구속된 기간을 따져 3개월의 보호관찰 처분과 함께 석방했다. 검찰 구형량은 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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