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제재의 타깃 루살 대주주 데리파스카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
미 제재의 타깃 루살 대주주 데리파스카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8.04.29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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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는 당분간 없다"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으로 푸틴 대통령의 고민은 이제 '이너 서클'에 속한 올리가르히를 어떻게 할까? 로 좁혀진 느낌이다. 서방의 시각으로는 '자신의 대외 정책을 재정적으로 돕고 있다'는 이너 서클 올리가르히들을 그대로 두자니 부담이 크고, 그렇다고 접자니, 서방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표시여서 자존심이 상한다. 

때마침 푸틴 '이너서클'이자 미국이 제재 조치로 저격한 러시아 알루미늄업체 루살의 올레크 데리파스카 회장(사진)이 경영권을 포기하기로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데리파스카 회장은 26일 그레그 바커 EN+ 회장과 모스크바에서 만나 루살의 모기업인 'EN+'에 대한 보유 지분 50%이하로 줄여 루살 지배권을 포기하기로 했다. 경영권을 포기하고 대주주로만 남겠다는 것이다.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이 방식은 독점 주주가 기업 지배에 문제가 생길 때 흔히 쓰는 방식이다. 당초에는 루살을 살리기 위해 러시아 정부가 국영화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이제는 쑥 들어간 분위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기업 소유주가 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루살같은 대기업을 국영기업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다른 방법으로 루살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했다.

표현으로만 짐작하면, 푸틴 대통령 측과 데리파스카 회장간에 논의가 끝난 듯하다. 당분간 루살 경영진에서 물러나는 게 미 재무부의 제재를 피하는 최선의 방안이라는 것. 푸틴 대통령측으로서는 '이너 서클' 올리가르히를 지지하지도, 포기하지도 않은 '제3의 길'을 택한 셈이다. 루살은 세계 2위 알루미늄 생산업체로, 미 정부의 푸틴 이너 서클 제재 발표 이후 주가가 폭락하고, 알루미늄 가격은 거꾸로 폭등하는 등 위기에 빠졌다.

이와관련, 영국의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데리파스카 회장의 이번 결정이 제재를 가한 트럼프 미 대통령 정부에 큰 승리를 안겨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재무부는 제재 해제의 조건을 데리파스카 회장의 루살 지배권 양도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미 재무부는 데리파스카 회장의 이번 결정이 제재 해제로 이어질지에 대한 답변을 일단 피했다. 전후사정을 살펴볼 요량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이 데리파스카 회장의 결정을 대놓고 지지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FT는 전망했다. 푸틴 대통령과 연계된 다른 '이너 서클' 올리가르히에 대한 미 정부의 압박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자존심 문제도 걸려 있다. 고민은 깊어질 게 틀림없는데, 크렘린은 이미 '대주주가 알아서 할 문제'라고 루살과 거리를 두고 있는 걸 보면, 개입도 방관도 하지 않는 '멀리 보고 앞으로 가기' 정책을 펴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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