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러 합작벤처 양성을 위한 지원 플랫폼을 구축한다는데, 왜 안될까?
정부가 한-러 합작벤처 양성을 위한 지원 플랫폼을 구축한다는데, 왜 안될까?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8.05.13 0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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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은 11일 '한·러 기술협력을 위한 중소·벤처기업 간담회`를 주재했다. 이 간담회의 핵심 내용은 그의 발언 대로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한·러 기술협력, 스타트업 지원 등을 담당하는 혁신플랫폼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해석하면, 정부 주도로 한·러 합작벤처 양성을 위한 지원 플랫폼을 조성한다는 것.

우리가 늘 주장해온, 그러나 잘 안된 러시아의 우수산 기초과학과 한국의 응용기술을 접목시키는 벤처를 한-러 합작으로 만들어내자는 뜻이다. 하지만, 그게 안된 이유가 뭘까? 우리측에는 없는 것일까? 있다. 한국 기업에 대한 러시아 측의 불신이다. 

간담회에서 강욱 인더스마트 대표는 "우리 기업이 러시아 기술만 도용한 전례가 많아 러시아 내 우리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고 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우리 기업의 신뢰도를 증명해 주는 협력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대목이 러시아와 합작 벤처를 만들 때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우리 기업이 러시아 기술을 사용(혹은 도용)할 때만해도 러시아측엔 대안이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물론 간담회에서 성공사례도 소개됐다. 의료기기 제작업체 레이저옵텍은 러시아 연구인력 중심으로 개발한 레이저 치료기를 미국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 도로포장 기업 로자인은 도로결빙시 도로색깔이 바뀌는 기술을 개발해 오는 6월 러시아 도로공사와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 업체들은 진짜 러시아 파트너와 신뢰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죽을(?) 고생을 했을 게 틀림없다. 

그래도 간담회 분위기는 낙관적이다. 그 이유, 즉 러시아측 사정은 이랬다. "러시아에서는 미국 등 서방의 경제제재를 계기로 자원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한국과의 협력사업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솔직히 러시아가 원하고 기대하는 것은 극동지역 인프라 구축을 위한 한국 기업의 투자다. 개별 기업의 협력 관계가 아니라고 봐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국내 유망 스타트업 및 벤처·중소기업의 러시아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한 'K-Global 모스크바`, 양국간 과학기술혁신 협력 활성화를 위한 '한·러 과학기술의 날` 등의 행사를 개최했다고 한다. 그 성과에 대해서는 별로 들어본 게 없다. 결국 겉만 번지르르한 행사였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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