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서 '승리의 숟가락?' ложки победы? 응원전을 기대하는데 아직..
러시아 월드컵서 '승리의 숟가락?' ложки победы? 응원전을 기대하는데 아직..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8.06.17 0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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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숟가락' ложки победы? (로쥐끼 빠베듸)
월드컵 개막과 함께 러시아 측이 '러시아 월드컵의 상징'으로 띄우려는 표어로 들린다. 이번 월드컵 응원전의 도구이자, 기념품이 될 수도 있다. 러시아 당국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혹은 민간의 마케팅 전략이 만든 창의적 아이템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러시아의 국내 축구 리그에서는 목에 두르는 팀 응원 목도리와 함께 숟가락 이 응원 도구의 일부로 사용된 것만은 분명하다. 또 월드컵 개막 1년 전부터 현지 언론에 '승리의 숟가락' 에 대한 기사가 많이 실린 것을 보면, 전 세계가 '부부젤라' 소리로 가득했던 2010 남아공 월드컵을 벤치마킹한 것일수도 있다.

부부젤라 소리가 워낙 시끄러웠던 탓에 ‘숟가락’ 두들기는 소리 정도가 알맞지 않을까 싶다. 1970~80년대 우리의 주요 경기장에서 자주 들었던 '짝짝이' 응원 소리가 생각난다. 맨 손바닥을 서로 부딪치는 소리보다는 훨씬 컸던 '짝짝이' 소리다. 러시아 ‘로쥐까‘ 소리도 비슷하다. 나무로 만든 전통 공예품 숟가락이기도 해서 러시아 주요 관광지에서도 접할 수 있는 기념품이지만, 마주치면 묘한 소리를 낸다. 러시아 민속 음악가들은 전통적으로 두 개의 숟가락 뒷면을 마주쳐서 특유의 소리를 내 왔다.

여기에 착안한 사람은 디자이너 레스탐 누그마노프. 그는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브랜드 ‘ложки победы'를 만들고, 러시아 정부는 지원에 나섰다. 외신에 따르면 누그마노프는 응원도구로 숟가락을 택한 데 대해 ”응원도구로 러시아의 문화적 가치를 반영하는 전통 악기 세 가지를 선택했다”며 (돌려서 소리를 내는) 뜨리쇼뜨까 Трещотка,(사진 위) (두들기거나 흔들고 부딪쳐서 소리를 내는) 쉐이께르 Шейкер (사진 아래)와 함께 로쥐까를 들었다. 그는 다양한 모양의 로쥐까를 내놨다.

하지만 아직은 러시아 축구팬이든, 현지로 간 외국 축구팬이든 숟가락 응원도구를 들고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흔치 않다. 큰 호응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월드컵 개막전에도 '승리의 숟가락'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물론, 러시아 대표팀이 개막전 이전까지 진행된 여러차례 평가전에서 한번도 이기지 못한 탓에 러시아 축구팬들의 월드컵에 대한 기대가 그리 크지 않았을 수 있고, 단합된 응원전을 조직하지 못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현지 교민들 역시, 주변의 러시아인들이 자국팀 응원에 시들하다는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우디와의 개막전에서 무려 5-0 스코어라는 큰 승리를 안겨주면서, 러시아인들의 가슴에 축구 열기를 지폈다. 오는 20일 열리는 이집트와의 조별 리그 2차전부터는 러시아인들이 대거 숟가락 응원도구를 갖고 경기장을 찾을 지도 모르겠다. 조직적인 응원전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숟가락 응원이 남아공 월드컵의 부부젤라 응원을 따라가기는 힘들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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