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기간에 마트 술판매 금지하니, 식당마다 '맥주가 모자란다' 아우성
월드컵 기간에 마트 술판매 금지하니, 식당마다 '맥주가 모자란다' 아우성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8.06.21 0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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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러시아은 '보드카의 나라'다. 하지만 여름에는 잘 마시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러시아로 월드컵 취재를 간 기자들은 모스크바 등 경기가 열리는 도시에 '맥주가 모자란다'는 기사를 보내오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현지로 간 외국 응원단에게 맥주가 모자랄 뿐이다. 이미 경기가 벌어지는 날에 경기장 주변 마트에서는 술을 팔지 않는다. 소위 카페나 식당 등 실내에서만 맥주를 판매하고 마실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유럽에서 온 응원단은 식당에 들어가 관광하고 경기시간을 기다리면서 맥주를 마실 수 밖에 없다. 현지인들은 이미 월드컵 기간에 술을 팔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집에서 마시거나 밖으로 가져나와 마실 술은 이미 냉장고에 채워둔 상태다.


문제는 관광객들이 맥주를 마셔도 너무 마신다는 것. '월드컵 특수'를 대비해 맥주 공급을 늘렸다고 하지만, '맥주 특수'에는 턱없이 모자라니, 식당에서 '맥주 품귀 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세계 각지에서 모인 축구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모스크바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크렘린과 붉은 광장 인근 식당에서는 맥주가 없어 못 팔 지경이다. 모스크바의 유명 바 '고골'은 사흘만에 800리터를 팔았고, 유명 레스토랑 '엘 아사도르'는 지난 금요일 맥주가 동이 났는데, 주문을 넣었더니, 월요일에나 공급이 가능하다고 하니, 주말 주당들을 어떻게 대접해야 하느냐고 했다. 한 식당 관계자는 "모스크바에는 정말 많은 관광객들이 와 술을 마시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가게의 맥주 재고는 거의 바닥났고, 주문을 해도 배송이 평소보다 24시간가량 지연되고 있다”고 고백했다. 


주류 회사들은 쉴 새 없이 맥주와 보드카, 위스키를 식당으로 실어 나르지만 역부족이라고 한다. 최근 10년간 러시아 정부의 강력한 주류 판매 제한 조치 때문이다. 구소련 시절부터 사회문제가 된 '알콜 중독'을 막기 위해 러시아는 지난 10년간 술 광고및 판매 장소 제한, 미성년자 대상 판매 금지 등 영업을 규제해 왔다. 그 결과, 맥주 판매량이 3분의 1 가까이 줄었다는 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맥주 공급이 일시적인 월드컵 특수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특히 월드컵 기간에는 취객 난동을 막기 위해 실내에서만 술을 마시게 하니, 마트에 쌓인 맥주는 잠을 자고, 식당 재고는 부족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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