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16강 선착/미드필더 체리셰프와 체르체소프 감독은 국민영웅
러시아 16강 선착/미드필더 체리셰프와 체르체소프 감독은 국민영웅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8.06.21 0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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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개막 전까지만 해도 개최국의 체면을 손상할 정도의 실력이라고 평가받던 러시아 축구 대표팀이 갑자기 무슨 매직(마법)에라도 걸린 듯 골 폭풍을 몰아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 이번 대표팀의 경기력이 10년 전 유로 대회를 보는 듯하다고 평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었던 당시 러시아는 유로 4강 신화라는 깜짝 성적을 냈다. 조별 라운드 1차전에서 이 대회 우승팀 스페인에 1-4로 패한 뒤로 그리스(1-0)와 스웨덴(2-0)을 연달아 꺾으며 스페인에 이어 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다.

8강에선 루드 판 니스텔루이가 이끄는 네덜란드를 3-1로 완파하며 4강까지 올랐다. 4강전에서 다시 스페인을 만나 0-3으로 무릎을 꿇었지만, 러시아는 유럽 축구계에서 찬사를 받았고, 주축 선수들은 영국 프리미어 리그로 스카웃됐다. 

16강 진출을 확정한 러시아는 토너먼트에서 스페인과 포르투갈 중 한 팀과 격돌할 공산이 크다. 여기서도 지금과 같은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월드컵 8강 진출'이라는 신화를 또 써내려갈 것이다. 

러시아는 대회 참가국들 중 유난히 국내파 비중이 큰 팀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 때 전원 국내파로 팀을 구성한 데 이어 이번에는 23명 중 21명을 국내리그 소속으로 꾸렸다. 사우디전, 이집트전에서 잇따라 골을 뽑아내고 대회 MVP에 오른 미드필더 데니스 체리셰프(28)이 해외파 2명중 한명으로, 현재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비야레알 소속이다. 


그는 어릴 때 스페인으로 건너가 축구를 배운 탓에 러시아 국내 리그에서는 단 한 경기도 뛰어본 적이 없다. 한국-스웨덴 전이 열린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태어난 체리셰프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로 진출한 아버지 드미트리 체리셰프를 따라 5살 때 스페인으로 건너갔다. 중하위권팀의 평범한 선수였던 아버지와 달리 그의 재능은 뛰어났고, 곧 명문 레알 마드리드의 눈에 띄었다. 12살 나이에 레알 마드리드 유스팀과 계약했고 이후 2012년 1군 무대 데뷔까지 이뤄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부상으로 팀에 자리를 잡지 못했고 임대 선수로 세비야, 비야레알, 발렌시아 등으로 떠돌았다. 그는 2016년 비야레알에 완전이적했다. 러시아 대표팀도 체리셰프를 외면했다. 평가전과 월드컵 예선 등에서만 가끔 부름을 받았을 뿐, 2014년 월드컵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고, 유로2016도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체리셰프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개막전에서도 교체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에이스 알란 자고예프(28·CSKA모스크바)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투입됐으나 놀라운 활약으로 두 골을 뽑아내며 MVP에 선정됐다. 개막전 두 골과 2차전 한 골을 합쳐 체리셰프는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레알 마드리드)에 이어 3골로 대회 득점 2위로 올라섰다.


그를 발탁한 스타니슬라프 체르체소프 러시아 감독도 ‘명장’으로 자리매김했다. 6차례 평가전에서 1승도 올리지 못해 러시아 축구팬들로부터 비난과 조롱을 받았던 체르체소프 감독은 “지금까지 모두를 속인 것이냐”는 기자들의 농담 섞인 질문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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