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소심한 러시아 응원문화의 뿌리는? 한국언론의 진단은 틀렸다
아직도 소심한 러시아 응원문화의 뿌리는? 한국언론의 진단은 틀렸다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8.06.22 06:58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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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축구대표팀은 월드컵 32개국 가운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최하위인 70위다. 개막전부터 골 폭죽을 터뜨리면서 기분좋은 연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짓자 러시아는 온통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각 도시에 마련된 야외 응원장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러시아와 이집트 전이 열린 날, 모스크바의 야외응원장(영어로는 팬 페스트, 러시아어로는 팬-존)에는 수만명이 찾아와 치안 당국이 안전을 위해 입장을 잠정 금지하기도 했다. 형편이 괜찮은 러시아인들은 또 술을 마실 수 있는 카페(바)나 레스토랑을 찾아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일희일비했다. 시민들은 모처럼 월드컵의 재미에 푹 빠진 것 같다.


현지로 간 국내 취재진은 러시아의 이런 풍경이 '어색하다' '달라졌다'는 뉘앙스의 르포기사를 보내오지만, 그건 분명히 아니다. 러시아 민족성을 들먹이고, 구 사회주의 체제를 거론하고, 또 축구에 대한 러시아의 관심 등을 거론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 기사는 러시아를 잘 모르고 쓴 기사다.

모 언론에 이런 대목이 있다. "기쁘지만 내색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은 다음날 풀렸다. 러시아에 나와 있는 한국의 외교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 사람들이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아무리 화가 나도, 아무리 좋아도 잘 드러내지 않는다. 한국 같으면 동네 아파트에도서 골이 터지면 이곳저곳이 들썩들썩하지만 이곳에서는 아파트에서도 조용한 편'이라고 했다".

사실이 아니라고 본다. 지난 10년간 러시아 축구대표팀의 성적이 나빴기 때문에 아직도 이 성적을 믿지 못하는 러시아 팬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놓고 이 축제를 즐겨야 할지 말지 머리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어정쩡한 관전 태도, 혹은 응원문화로 나타난 것뿐이다.

하지만, 이집트마저 3-1로 꺾으면서 러시아 축구팬들은 축포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16강에서 마주할 포르투갈이나 스페인마저 극적으로 물리치고 8강에 진출한다면? 러시아 전역은 아마, 우리 취재진들이 또 한번 놀랄 축제의 장을 만나게 될 것이다. 러시아 풍경이 오늘보다 더 어색해질지도 모른다. 전세계를 놀라게 한 2002년 '붉은 악마' 신화도 히딩크 감독의 '월드컵 4강'이라는 아주 극적인 성적이 없었다면 쓰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러시아도 10년전 '2008 유로' 대회에서 4강에 오르자 난리가 났다. 그 후 러시아 축구팀은 국제대회에서 죽을 쒔고, 스타급 선수도 제몫을 해주지 못했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가진 6차례 평가전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으니, 일반 국민들이 축구에 관심을 갖겠는가?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는데, 한국 축구팀이 스웨덴과의 1차전에서 거꾸로 1-0으로 이겼다고 상상해보라. 지금 서울은 난리가 났을 것이다. '붉은 악마 신화'를 기억하는 외국인은 이번 월드컵을 대하는 한국인들의 시들한 관심을 오히려 어색하게 여길 것이다. 

러시아의 소심한 응원문화를 이렇게 끌어다 붙이기도 했다. "희한하게도 러시아 거리의 건물 또한 드러내는 일이 없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 중심의 네프스키 구역의 풍경이 그렇다. 네바강의 지류가 도시를 가로질러 보트가 다니는 수로 근처의 카페조차 간판을 숨겨놓듯 걸어 놓았다. 외곽으로 나가면 건물이 무슨 용도인지 더 알기 힘들다. 심지어 경찰서와 관공서를 알리는 표식이 없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의 간판 문화는 유별나다. 도를 넘는다. 오죽하면 자치단체가 도로 간판 정비에 나섰을까? 러시아 간판문화는 유럽 대륙의 평균보다 좀 모자란다. 오랫동안 사회주의 경제체제였기 때문이다. 간판으로 마케팅할 일이 없었던 탓이다. 더욱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시 당국은 자존심을 걸고 지저분한 간판을 정비한다. 그 결과가 오늘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풍경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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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2018-06-22 07:33:02
FIFA가 정한 러시아 월드컵 슬로건은 ИГРАЙ С ОТКРЫТЫМ СЕРДЦЕМ (PLAY WITH AN OPEN HEART)(열린 마음으로 즐기라)다. 러시아는 개최국으로 이 슬로건을 러시아 대표팀 슬로건으로 삼았다. 어쩌면 아주 소박하다. 개최국이지만, 뛰어난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현실적으로 개최국 책임을 다하자 정도였을 터.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골 폭죽에 2연승이다. 러시아 응원 슬로건도 16강, 8강으로 가면서 바뀌지 않을까?

이진희 2018-06-22 07:33:02
FIFA가 정한 러시아 월드컵 슬로건은 ИГРАЙ С ОТКРЫТЫМ СЕРДЦЕМ (PLAY WITH AN OPEN HEART)(열린 마음으로 즐기라)다. 러시아는 개최국으로 이 슬로건을 러시아 대표팀 슬로건으로 삼았다. 어쩌면 아주 소박하다. 개최국이지만, 뛰어난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현실적으로 개최국 책임을 다하자 정도였을 터.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골 폭죽에 2연승이다. 러시아 응원 슬로건도 16강, 8강으로 가면서 바뀌지 않을까?

이진희 2018-06-22 07:33:02
FIFA가 정한 러시아 월드컵 슬로건은 ИГРАЙ С ОТКРЫТЫМ СЕРДЦЕМ (PLAY WITH AN OPEN HEART)(열린 마음으로 즐기라)다. 러시아는 개최국으로 이 슬로건을 러시아 대표팀 슬로건으로 삼았다. 어쩌면 아주 소박하다. 개최국이지만, 뛰어난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현실적으로 개최국 책임을 다하자 정도였을 터.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골 폭죽에 2연승이다. 러시아 응원 슬로건도 16강, 8강으로 가면서 바뀌지 않을까?

이진희 2018-06-22 07:33:02
FIFA가 정한 러시아 월드컵 슬로건은 ИГРАЙ С ОТКРЫТЫМ СЕРДЦЕМ (PLAY WITH AN OPEN HEART)(열린 마음으로 즐기라)다. 러시아는 개최국으로 이 슬로건을 러시아 대표팀 슬로건으로 삼았다. 어쩌면 아주 소박하다. 개최국이지만, 뛰어난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현실적으로 개최국 책임을 다하자 정도였을 터.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골 폭죽에 2연승이다. 러시아 응원 슬로건도 16강, 8강으로 가면서 바뀌지 않을까?

이진희 2018-06-22 07:33:02
FIFA가 정한 러시아 월드컵 슬로건은 ИГРАЙ С ОТКРЫТЫМ СЕРДЦЕМ (PLAY WITH AN OPEN HEART)(열린 마음으로 즐기라)다. 러시아는 개최국으로 이 슬로건을 러시아 대표팀 슬로건으로 삼았다. 어쩌면 아주 소박하다. 개최국이지만, 뛰어난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현실적으로 개최국 책임을 다하자 정도였을 터.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골 폭죽에 2연승이다. 러시아 응원 슬로건도 16강, 8강으로 가면서 바뀌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