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경기장서 취재진과 보안요원사이에 숨바꼭질하는 '도시락'의 정체는?
월드컵 경기장서 취재진과 보안요원사이에 숨바꼭질하는 '도시락'의 정체는?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8.06.24 0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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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도시락'이라고 하면, 뜨거운 물을 부어 즉석에서 익혀 먹는 '라면'을 떠올린다. '초코파이'와 함께 시베리아 횡단열차내에서 한때 가장 많이 팔린 한국의 라면 브랜드 때문이다. 모양도 '도시락'답게 사각형이다.

국내에서는 '도시락' 본래의 기능과 의미가 많이 사라졌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도시락'이라는 브랜드는 여전히 쓰이고 있다. 이동 중에 와이파이를 잡기 위해 사용하는 무선 모뎀이 대표적이다. 모 통신회사에서 처음에는 달걀모양을 내놓았지만, 지금은 '도시락' 모양의 사각형이고, 이름도 ‘Dosirak(도시락)’이다.

이 도시락이 러시아 월드컵 취재를 간 국내 취재진과 현지 보안담당관 사이에 숨바꼭질하는 대상이라고 한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월드컵 경기장과 취재 보도를 위한 미디어센터에서는 FIFA에서 허가한 무선 장치 외에 개인 무선 전자장비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세계 각국에서 취재진이 개인적으로 갖고 온 무선장비를 실행시키면 미디어센터나 경기장에 설치한 공식 무선와이파이와 충돌돼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 경기장 보안요원들은 검색대에서 취재진 가방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피며 무선와이파이 모뎀을 찾아 압수한다. 경기가 끝나고 미디어센터를 나갈 때 돌려준다. 한국 취재진이 사용하는 무선와이파이 모뎀은 우주선 모양과 도시락 모양, 두가지 종류인데, 우주선 모양은 누가봐도 알 수 있으니 일찌감치 압수당했고, 사각형 '도시락' 모뎀은 살아남았단다. 


하지만 미디어센터에서는 또다른 보안담당관이 검색대에서 찾아내지 못한 와이파이 모뎀을 적발하기 위해 직사각형 모양의 전파탐지기를 가지고 찾아다니니 걸리지 않을 수 없다. 도시락 모뎀을 켤 경우, 보안요원의 전파탐지기에는 ‘Dosirak(도시락)’이 뜨니 말이다. 스마트폰의 와이파이 기능을 켤 경우, 사용가능한 와이파이 모뎀이 모두 뜨는 것과 같다. 

한 기자는 "(러시아) 보안담당관은 와이파이 모뎀 이름이 '도시락'으로 뜨는 것을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 한국 기자의 무선모뎀을 찾아낸 후, 무선와이파이 모뎀 이름이 ‘Dosirak(도시락)’이라는 이유를 알고 한참 동안 웃었다"고 했다. 


러시아 각 경기장에 설치된 미디어센터 풍경도 이렇게 전했다.
"경기장마다 다르지만 약 450석의 좌석과 책상에는 전원코드와 랜 선이 설치되어 있다. 또한 무선으로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편의시설로는 개인 사물을 보관할 수 있는 캐비넷과 쉴 수 있는 소파가 마련되어 있다. 긴 책상마다 설치된 TV에서는 러시아 다른 경기장에서 열리는 월드컵 경기를 생방송으로 보여준다. 빅 매치가 있는 날이면 여러 나라에서 온 기자들은 TV 중계를 보며 골이 터질 때마다 환호 소리가 미디어센터에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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