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일전이 열리는 타타르공화국 수도 카잔/깊고 힘든 역사와 한류가 공존하는..
한-독일전이 열리는 타타르공화국 수도 카잔/깊고 힘든 역사와 한류가 공존하는..
  • 이진희
  • jhnews@naver.com
  • 승인 2018.06.27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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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팀은 27일 독일과 월드컵 예선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니즈니노보고로드, 로스토프나도누에 이어 타타르 공화국의 수도인 카잔이다. 월드컵 경기가 열린 도시들이 각기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지만, 카잔은 우리도 눈여겨봐야 할 도시다.

우선 러시아 풍경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름다운 '바실리 성당'이 카잔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갖고 있다. 바실리 성당은 러시아 최초의 차르인 이반 4세가 러시아를 무려 240년간 지배한 몽골족의 후예들이 세운 카잔한국을 1552년에 점령한 후, 그 성과를 영원히 남기기 위해 모스크바에 세운 것이다.


황성우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 HK(인문한국) 교수는 언론 기고에서 "카잔에는 이 시기와 맞물린 슬픈 전설이 하나 내려온다. 카잔한국을 점령한 이반 4세가 슈움비케 카잔한국 황후의 미모에 반해 청혼하자, 황후는 일주일 안에 가장 높은 탑을 만들어주면 승낙하겠다고 말한다. 황후를 차지하겠다는 욕심에 서둘러 공사를 마친 이반 4세가 거들먹거리며 완성된 탑을 자랑하자, 황후는 탑 꼭대기에 올라가 어린 아이를 안고 뛰어내려 자살한다. 적장의 아내보다 황후의 자존심을 지킨 것이다. 카잔 크렘린 안 슈움비케 탑에 서린 이야기다"라고 썼다.


볼가강변에 위치한 카잔은 러시아정교와 이슬람이 공존하는 특이한 도시이기도 하다. 도시 곳곳에 러시아 정교회 성당들이 눈에 띄지만, 러시아 내 이슬람 신자들에게는 '메카'와 같은 성지이다.

카잔은 또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 극동지역의 블라디보스토크에 이어 새로운 한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과 가깝거나, 서구 문물이 많이 흘러들어오는 러시아 서부쪽 대도시가 아닌 지역이라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 이유는 카잔연방대 한국학연구소의 고영철 소장이 매년 '한류 K-Culture 경연대회'를 개최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러시아 전역에 소문이 나 한국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러시아 각지에서 카잔으로 몰려든다고 한다. 한국학연구소는 월드컵을 계기로 25∼27일 '제6회 한국학 국제학술대회'를 열고 있다. 


카잔연방대는 지리적으로 조금 불리한 곳에 위치해 있지만, 그래도 러시아 명문 대학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문호 레프 톨스토이가 입학해 잠시 수학했고, 비(非)유클리드 기하학으로 유명한 니콜라이 로바체프스키도 이 학교를 다녔다. 러시아 공산 혁명 주역인 블라디미르 레닌도 카잔대 법학부에 입학했다가 불법 시위 주도 혐의로 제적된 곳이기도 하다. 

한국과 독일이 축구로 일전을 겨루는 카잔 아레나는 약 4만5000명을 수용하는 축구 전용 경기장이다. 201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를 개최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2015년엔 세계수영선수권대회도 치렀다. 현재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소속 'FC 루빈 카잔'이 홈 구장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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