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러시아로 꿈을 안고 달려가는 한국기업들
극동러시아로 꿈을 안고 달려가는 한국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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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9.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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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합, 현대 시대를 거쳐 이젠 롯데와 CJ대한통운이 진출 선도
문 정부의 나인브릿지에 맞춰 물류, 농업, 수산가공, 관광 분야 활기

13일 폐막한 동방경제포럼이 또 한번 러시아 극동 지역을 우리 기업들에게 관심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극동지역은 오랫동안 우리 기업들에겐 기회와 도전의 땅이었지만, 아직도 미완성이라고 해야 한다. 

노태우 대통령의 대소련 수교이후, 북쪽 땅이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역대 정부마다 숱한 북방협력 프로젝트를 내놨지만 솔직히 제대로 결실을 맺은 건 거의 없다. 우리나, 그쪽이나 마음만 있을 뿐, 목숨 걸고(?)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화해를 바탕으로 다시 나섰다. ‘나인브릿지’라고 불리는 철도·가스 등 9개 분야의 협력사업을 제시했다. 우리 기업들로서는 새로 기회를 맞은 셈. 주요 대기업 중 북방경제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리지 않은 곳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사진 출처: 러시아 물류 페스코

 

지금은 쪼그라든 (주)고합이 러시아 연해주로 향하는 길을 열고, 현대그룹(졍주영 회장)이 터를 닦았다면, 이제는 롯데그룹과 CJ대한통운 등이 앞장서는 모양새다. 오리온(초코파이, 한국야쿠르트(팔도 도시락라면) 등 일부 기업이 '대박 제품'을 내기도 했지만, 투자를 주도한다고는 볼 수 없다. 

급부상한 기업은 역시 CJ대한통운이다. 문정부의 '나인브릿지' 전략이 전력, 천연가스, 조선, 수산, 북극항로, 항만, 철도, 산업단지, 농업 등 9개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내용이라고 하면, 가장 빠르고 가능성이 높은 북극항로 항만 철도 분야를 CJ대한통운이 잡고 있다. 물류 유통산업의 핵심이다. 

CJ대한통운은 현재 32개 국가와 137곳의 도시에 진출해 있는데, 범아시아 물류 네트워크인 '팬 아시아' 구축을 통해 2020년에는 글로벌 톱5 물류사로 도약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한-러 기업협의회회장도 CJ대한통운 측에서 맡았다. 굳이 그 단체 전신을 따진다면 러시아 극동지역의 에너지 개발, 철도, 농업, 교육 분야 등에 두루 관심을 갖고 투자의욕이 남달랐던 장치혁 고합회장의 한러극동협력협회가 아닐까?

현재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기업은 역시 롯데다. 롯데제과의 일부 제품이 이미 러시아 국민 과자, 혹은 음료가 된 것은 물론이고, 극동 제2의 도시 우수리스크 인근에 있는 안양시 두 배 정도 크기의 농장에서 콩, 옥수수 등의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생산량의 상당수가 러시아 내수용이지만, 최근 롯데 연해주 농장(사진)은 해외 식량기지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12일 이 농장을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식량을 무기로 삼는 일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며 “정부도 정책적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격려했다. 또 현대그룹이 포기한 블라디보스토크 현대호텔도 이제 롯데호텔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사진출처: 롯데 제공
사진출처: 롯데 제공

농식품 전문업체 이지바이오 계열사인 서울사료도 지난 5월 연해주 우수리스크 농장에서 수확한 옥수수 5000t을 울산항을 통해 들여왔다. 이 회사는 지난 2008년 극동에 진출해 우수리스크 지역에 3개 영농법인을 두고 옥수수와 대두, 콩, 맥류(귀리·밀)를 생산하고 있다. 확보한 농장 면적은 소유와 임차를 포함해 여의도 면적 27배인 8000㏊(80㎢)에 달한다. 워낙 넓어 오토트랙 같은 자동화 설비를 통해 재배와 수확을 한다. 

극동에 진출해 있는 한인 기업은 37곳이다. 이 중 7개가 롯데, 서울사료와 같은 농업기업이다. 농업 분야는 남북한-러시아 3각 협력 사업 중에서도 현실화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한국이 자본과 영농기술을, 러시아가 땅을, 북한이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구조다. '식량 안보'를 확보할 수도 있다. 

그 다음이 비록 투자가 많이 필요하지만, CJ대한통운이 노리는 해운물류 및 관광, 관련 인프라 건설 등이다. CJ대한통운은 러시아에서 물류망을 확보하면 CJ그룹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계산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6월 러시아 냉동식품브랜드 라비올리를 인수하는 등 러시아 식품시장에 진출해 물류유통망을 확대할 경우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시간 문제다. 1994년 설립된 라비올리는 러시아 3대 냉동식품업체로 알려져 있다. 

CJCGV도 지난해 10월 러시아 부동산개발업체 ADG그룹과 합작회사 계약을 맺고 러시아에 진출했다. 2020년까지 극장 33개, 스크린 160개를 운영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DBS페리는 러시아 자루비노항과 부산을 잇는 정기노선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일본 돗토리현과의 삼각 ‘관광 루트’도 가능할 전망이다. 중견 물류기업인 장금상선은 블라디보스토크 사무소를 올해 법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사진출처: 러시아 여행사 transsibtour.ru  캡처
사진출처: 러시아 여행사 transsibtour.ru 캡처

 

동방경제포럼 기간에 열린 '극동러시아 프로젝트 파트너십' 행사에 참석한 최거영 IMT 마린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 어선 건조 사업에서 반드시 성공해 세계 1등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차로 1시간 떨어진 나데즈딘스키 선도개발구역에 150만㎡ 규모의 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고, KCC는 연산 80만t 규모의 유리 공장을 짓기 위해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LS네트웍스는 옥수수 가공 사료 첨가제 생산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수산물 가공 및 수출 업체 오양씨푸드는 나데즈딘스키 선도개발구역에 수산물 가공 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극동 러시아 개발 프로젝트는 경제특구인 '선도개발구역'과 '자유항' 이라는 두 축이 핵심이다. 서로 비슷하지만, 자유항은 기존의 항만에서 수출입 화물의 빠른 통관에 초점을 둔 특혜라면, 선도개발구역은 정부가 인프라를 건설한 뒤 외자를 유치한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극동 러시아 투자에 따르는 리스크도 여전히 만만찮다. 출발점이 서로 다른 체제에서 생긴 현상이다. 예를 들면 현대중공업이 현지 파트너와 합작해 6,000만 달러를 투자, 고압저감장치 공장을 건설했지만 운영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지난해 철수했다. 회수 금액은 1,000만달러 가량에 불과했다. 파트너사가 약속했던 국영 전력회사로의 납품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게 불화의 원인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도 한국 기업의 '뻥' 카드에 불신을 갖고 있다. 큰손인양 큰소리 치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면 없던 일이 되는 게 비일비재했다. 외자 유치를 추진중인 극동개발공사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은 투자보다 (투자를 핑계로)사업권을 따서 이득만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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