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바이크족 '밤의 늑대들'에 서방측이 주목하는 이유
러시아 바이크족 '밤의 늑대들'에 서방측이 주목하는 이유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8.09.19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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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과 함께 바이크를 즐기는 러시아 대표적 바이크 단체
우크라 사태 당시 행동으로 미 제재 대상/러 승전기념일 축하 유럽대륙 행단도

‘밤의 늑대들(Night Wolves, Ночные Волки )’는 러시아의 모터사이클(바이크) 단체다. 미국이나 유럽대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할리데이비슨 바이크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행렬에 러시아 삼색기를 달고, 푸틴 대통령과 함께 나서니 금방 서방언론으로부터 '친 푸틴' 우익단체로 몰린다.

사진출처
푸틴 대통령과 바이크를 타는 밤의 늑대들/사진 출처: www.znaj.ua

 

하긴 '밤의 늑대들' 홈피에 들어가니, 첫 인상이 썩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 바이크족을 내세워 주변국가들을 위협한다는 과도한 해석이다. 과거 구소련에 당한 경험을 지닌 동유럽 국가들에겐 '과거 소련의 탱크'를 연상시키겠지만.. '밤의 늑대들'이 구소련 동유럽 국가들인 슬로바키아 우크라이나 라트비아 불가리아 등에 지부를 세우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서방언론이 보도하는 이유다.

하지만 러시아 현지 언론엔 '밤의 늑대들'을 이끄는 알렉산드르 잘도스타노프 (별칭 히루르그 Хирург)의 가족 스캔들이 주로 올라와 있다. 6~8월은 바이크족들에겐 최고의 시즌. 환상적인 2018년 시즌을 보낸 밤의 늑대들은 9월 22일을 마지막으로 올해 시즌(행사)를 접는다고 한다.

 

서방 언론이 주목하는 것은 러시아보다 구소련 동유럽권의 '밤의 늑대들'이다. 이 단체 슬로바키아 지부가 오트바이를 타야 할 시즌에 낡은 탱크를 앞세워 군사훈련을 하는 시대착오적인 행동을 했고, 이에 반발한 슬로바키아 정치인과 지식인 200여 명은 지난 7월 '밤의 늑대들'을 추방해 달라는 청원에 서명했다. 본격적인 시즌에 앞서 친목과 체력을 다지는 행사를 과도하게(?) 했거나, 일부 일탈 세력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는 '폭력적인' 바이크 족말이다.

1989년 구소련 시절에 설립된 이 단체는 당시 민주화를 외치는 민주세력이었다고 한다. 바이크족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시위였으리라. 그러나 2000년대 후반 푸틴 대통령이 이 단체와 교류하면서 정치적 성향을 띠게 되었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은 2012년 이 단체의 대표 히루르그와 오토바이를 타다가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4시간이나 지각한 적도 있다. 유명인사가 된 히루르그는 러시아 유명 디자이너 자이체프와 함께 일하던 10대 여성 모델 나탈리야와 결혼을 하고,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때 성화 봉송에도 참여했다.

서방언론에 따르면 '밤의 늑대들'이 유럽 전역에서 시선을 끈 것은 2014년부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 지역을 병합했을 당시,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를 모집하고 지원하는 등의 역할을 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됐다. 2015년부터는 매년 소련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을 기념한다며 유럽을 횡단해 독일 등 주변 국가의 반발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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