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경제포럼서 한국세션 핵심은 남북-러 철도 연결
동방경제포럼서 한국세션 핵심은 남북-러 철도 연결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8.09.20 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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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용 인천대 교수, 한겨레 신문 기고서 "한국은 낄 자리 없었다" 왜?
북한은 나진-하산 프로젝트 재개도 좋지만, 남북 철도연결및 현대화에 관심?

남북정상회담으로 이미 묻혔지만, 지난주(11~13일) 블라디보스토크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은 우리의 신북방정책을 되돌아볼 수 있는 자리였다. 우리가 아무리 기를 쓴다고 해도 러시아라는 상대가 있는 만큼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는 정책이다. 그래서 관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동방경제포럼 현장에 가서 보고 느낀 전문가(성원용 교수)의 시각 중 러시아 관련자에게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을 인용, 깊이를 더하고자 한다. 

남북한-러시아 철도 연결에 꼭 필요한 철도궤(광궤 협궤) 변환장치/한국철도연구원 자료

 

북방경제협력위 민간위원 성원용 인천대 교수는 19일 한겨레 신문에 '중러 신뢰쌓는데, 한국은 낄 자리가 없다'는 제목으로 동방경제포럼 참가기를 기고했다.

그는 "(포럼에는) 전통적인 에너지 광물자원 개발, 교통 물류 인프라 건설 외에도 4차산업혁명 및 디지털경제 관련 이슈가 세션 주제로 올라왔다. 이제 극동지역도 하드웨어 개발 중심의 사고에서 디지털 기술에 기초한 ‘스마트’개념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지난 대선에서 푸틴 지지도가 낮았던 극동지역의 주민들이 삶의 조건이 실질적으로 개선되는 것을 체감하게 하려면 교육, 의료및보건, 주택 서비스 제공이 시급한 과제인데, 러시아는 이것을 ‘디지털경제’발전 전략과 연계하고 있다"고 썼다. 

원격의료진료와 이러닝, 스마트시티 등 4차산업혁명의 핵심 과제를 세션 주제로 선정한 건 당연하다고 본다. CJ대한통운 등이 기존의 극동 러시아 물류 인프라 분야로 진출하고, KT가 극동지역서 통신서비스및 원격 의료 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주목을 끈 세션 중 하나는 ‘러시아와 남북한 -새로운 경제협력공간의 미래’제하의 남북러 3각협력 세션이다. 애초에 동방경제포럼이 남북한-러시아 3국 정상회담의 유력한 무대로 거론된 것도 정치적인 상징성 빼고 실질적인 주제로만 보면 바로 이 것 때문이다. 

성 교수도 "북한이 참여하는 최초의 고위급 남북한-러 삼각협력 회의였고, 9월18~2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모종의 획기적인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는 희망, 교착국면에 빠진 북-미 핵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고 했다. 이 세션에는 북한에서는 김윤혁 철도성 부상과 김창식 철도상 부국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성 교수에 따르면 이 세션의 핵심은 남북한-러시아간 (앞으로의) 가스관이나 전력송배전망 연결이 아니라, 철도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중단된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재개및 확대 여부다. (이 프로젝트는 이미 3국이 참가해 진행해 왔고, 향후 3각 협력을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남한측에서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이성우 박사가 나선경제특구, 러시아 연해주 하산, 그리고 중국 지린성 훈춘을 연결해 초국경 거점으로 만들자는 ‘동북아 평화협력 클러스터’를 제안했다. 석탄 수송에 집중된 현재의 나진-하산 물류사업을 그저 재개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나선경제특구를 중심으로 주변국 접경지역과 연계해 물류, 산업, 관광 인프라를 연결하는 초국경 융합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다.

성 교수는 "러시아와 북한 패널과 청중들의 지대한 관심을 읽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만큼 진일보한 구상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걸로 끝이었다. 남북한-러 3국은 공동연구단 구성 외에는 통일된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역시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였다. 성 교수는 "러시아는 나진-하산 사업이 유엔제재의 ‘예외’사항이니 남한측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라고 압박했다. 남한측은 본질적으로 3각협력이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미국이 ‘용인’한다면 사업 재개가 가능하다는 신중한 자세를 견지했다"고 전했다.

반면 "북한측은 남-북, 북-미간에 이미 합의된 원칙에 따라 행동하면 되고, 남북러 철도 연결도 이제는 ‘말’이 아니라 ‘실천’을 보여줄 때라며 에둘러 압박을 피해갔다"고 성 교수는 썼다. 북한측의 이같은 대응은, 아주 현실적이라는 생각이다. 나진-하산 프로젝트 재개보다는 철도 현대화를 통한 남북철도의 우선 연결이 더 급한 것. 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연내에 철도 연결에 나서자는 합의가 나왔다. 

동방경제포럼서 연설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 출처:크렘린

 

성 교수는 이번 포럼에 참가하면서 우리 정부의 준비 부족을 확인했다고 한다. 러시아 포럼 추최측과 협의를 통해 의제 설정부터 패널 구성에 이르기까지 한국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과 직접 관련된 ‘한-러 비즈니스 대화’, ‘남북-러’세션 등을 제외하면 다른 세션에서 한국인 패널은 거의 없었다.

성 교수는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구상을 주변국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나가는 데 무력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해석했지만, 다시 말하면 그게 바로 한국의 위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주변 강대국을 보고, 대하는 우리의 시각부터 바꿔야 하는 것이다. 미국만이 우리의 유일한 파트너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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