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외곽순환도로서 뮤비 찍은 '간 큰' 여가수
모스크바 외곽순환도로서 뮤비 찍은 '간 큰' 여가수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8.10.14 0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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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는 차량들 사이에서 백댄서 2명과 촬영, 야하나(옥산나 야코블레바)
현역 상원의원 아내여서 더 눈총, 무명이었으면 노이즈마케팅으론 성공적

러시아의 한 여가수가 모스크바의 외곽순환도로 한가운데서 뮤직 비디오를 촬영하는 '강심장'을 과시했다. SNS의 클릭수를 늘리기 위해 목숨을 거는 일이 비일비재한 오늘날이지만, 여가수의 뮤비 촬영은 적어도 6차선 이상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자동차 흐름을 막았다는 점에서 '간 큰' 사건이다.

출처:러시아 언론 rueconomics.ru 캡처
출처:러시아 언론 rueconomics.ru 캡처

 

이 여가수는 러시아 현역 상원의원의 아내인 옥산나 야코블레바 Оксана Яковлева 다. 당연히 '힘있는 정치인의 갑질' 비난도 쏟아진다. 그렇게 유명한 가수도 아니다. 많은 러시아인들은 29세 여가수 야하나 Yaxana 보다 옥산나를 더 잘 알고 있다. 상원의원 알렉세이 야코블레프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옥산나 야코블레바
옥산나 야코블레바

 

공개된 비디오를 보면 그녀는 지난 7일 여성 백댄서 2명과 함께 외곽순환도로 МКАД 2개 차선을 막고 비디오를 찍었다. 내무부 산하 교통경찰 가이(ГАИ)는 교통흐름을 방해했다는 등의 이유로 그녀를 긴급체포한 뒤 법정에 세웠다. 그리고 벌금 2만루블(34만원) 선고가 떨어졌다. 

하지만 비디오를 보면 뮤비 촬영팀이 차량 흐름을 방해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무대복을 입은 여성 3명이 춤을 추고, 그 장면을 찍는 촬영기사 양 옆으로 차량들이 달리고 있다. 당시 현지 언론들은 목격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그녀의 경호원들이 마치 교통사고를 낸 것처럼 위장한 뒤, 차량들이 질주하는 2개 차로를 막고 오랜 시간 뮤비를 촬영했다고 보도했다. 

모스크바 외곽순환도로 전경/사진출처:위키피디아
모스크바 외곽순환도로 전경/사진출처:위키피디아

 

촬영팀은 반발했다. 모 촬영지를 향해 이동하던 중 차량에 문제가 생겨 도로 중간에 정차하게 됐고, 운전기사들이 차량을 손보는 사이, 몇분간 영상을 찍었다고 해명했다. 이 또한 비디오를 보면 거짓말 같다. 놀라운 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고, 또 실행했을까 하는 점이다. 러시아이니까? 그래서 에따 러시아(이게 러시아)다. 

법정에 선 옥산나의 변호인은 "촬영 시간이 기껏해야 5분밖에 되지 않지만, 그래도 운전자들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특히 교통사고를 위장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상원의원의 아내가 아니었다면, 한 무명가수의 노이즈마케팅(소란을 떨어 관심을 끄는 방식)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뮤비 촬영이었다. 사진으로나, 영상으로나 눈길을 끈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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