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시베리아횡단열차 탑승기-3: 샤워하기
(번역)시베리아횡단열차 탑승기-3: 샤워하기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8.10.18 0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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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쿠츠크를 향해 출발

이르쿠츠크까지는 3박 4일이 걸린다. 우리는 처음으로 열차 안에서 먹을 음식을 약간 준비했다. 우리는 열차에 올라 쿠페(4인용 침대칸)를 찾아들어갔다. 덥고, 답답하고, 이상한 냄새가 났지만, 곧 익숙해졌다. 열차에는 에어컨시 설치되어 있는데, 운전중에만 가동된다. 그래서 열차가 출발하자 더운 기가 차츰 사라졌다. 

열차에 오를 때 음식을 조금만 준비했다. 이유는 각 정차역마다 따뜻한 만두를 파는 아줌마 부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하지만, 첫째날 그런 종류의 음식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한 정차역에서는 사과를 파는 할머니들이 들이닥쳤다. 할머니들도, 사과 광주리들도 너무 많아 열차에서 내리는 것 자체가 힘들 정도였다. 사과를 팔기 위한 싸움은 뜨거웠다. "아니, 내 것 사지! 내 것이 더 좋아", "그녀 말을 듣지 말고, 내 것 사라니깐" 등등. 난전에서 손님을 끄는 것과 다름없었다. 

 

우리는 열차 차장들을 돕고, 같이 간식을 나눠 먹으며 계획을 짜고,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열차 차장과 친구가 되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샤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

이 질문은 여행 전까지 나를 괴롭혔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열차안에서 샤워 시설이 있을 것인지 여부를 몰랐다. 열차 1등석(러시아어로 륙스라 불린다) 객차에는 가끔 샤워시설이 있다. 그 경우 열차 차장과 협상해 약간의 돈을 주고 그 샤워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본부 객차에 설치된 샤워시설 역시 협상을 통해 이용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불행하게도 내가 탄 기차에는 샤워시설이 어디에도 없었다. 열차 차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깨끗하게 닦은 '페몰륙솜' 양동이와 작은 바가지를 건네주었다. 사모바르(러시아식 뜨거운 물 주전자)에서 뜨거운 물을 양동이에 받아 화장실로 갔다. 열차 차장은 화장실에서 바닥을 쓱쓱 닦더니, 물이 쏟아지지 않으려면 양동이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 알려줬다. 작은 바가지로 수도꼭지에서 시원한 물을 받아 양동이의 뜨거운 물을 섞어 씻었다. 화장실 바닥물은 구멍을 통해 밑으로 빠져나갔다. '고맙다'는 표시로 약간의 성의를 열차 차장에게 표시했으나, 그녀는 완강히 거부했다. 

러시아 긴 시베리아횡단열차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차 차장과 잘 사귀는 것이다. 탑승과 동시에 그들과 접촉하고, 어떤 문제든 상의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는 게 나의 핵심 조언이다. 열차 차장은 열차안에서 가장 좋은 친구이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까지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다. 

두 번째 조언은 가능한 한 개운하게 열차여행을 하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그럴려면 젖은 물수건(냅킨)이 반드시 필요하다. 평상시 사용하는 온갖 세면도구로 매일 아침, 저녁에 몸을 닦도록 한다. 게으르면 안된다. 양치질도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혹은 '치솔질 한번 안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는 이유로 건너뛰지 말아야 한다. 

시베리아횡단철도 시작점 표시
시베리아횡단철도 시작점 표시

 

화장실 수돗물에 대한 여담 한가지:

동행 여행자중에는 브라질 사람과 남미 출신들이 있었는데, 어느 날 화장실에서 나온 브라질 사람이 말했다. "화장실 수돗물로 양치질을 해서는 안된다"고. 이유는 "거기에 양치질 하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었다" "물 속에 대장균 E.coli 이 있다"는 것. 

나는 그 경고문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약간 놀랐다. 처음부터 이빨을 닦지 못할 물을 수돗물로 제공한다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물론 그런 곳에서는 항상 위험이 있다). 나중에 화장실에 가서 설사 등 여행자 질병에 관한 약 광고가 문에 붙어있다는 걸 알았다. 사실 러시아에서는 여기저기에 비피더스균 등에 의한 위장병 желу́дочно-кише́чный тракт (ЖКТ) 치료약 광고가 붙어 있다. 여기저기 붙은 광고때문에 진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걱정하는 게 당연하다. 

화장실 문에 붙은 약광고에는 '무엇보다도 대장균으로부터 보호한다'고 적혀 있다. 약 광고에서 대장균 E.coli 이라는 단어를 알아본 외국인은 '수돗물을 사용하면 대장균에 감염될 수 있다'는 위험 경고로 잘못 받아들인 셈이다. 그렇게 (화장실) 신화가 탄생했다!

옷은 갈아 입을만큼 많이 챙겨야 한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적당한 옷으로 갈아입는 게 좋다.

요약:
하루에 두 번 젖은 손수건을 사용하고, 양치질과 얼굴을 닦고, 잠자기 전후에 옷을 갈아 입고, 열차 차장의 도움을 얻어 샤워 비슷한 것이라도 한다면, 모든 게 다 잘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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