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제재 복원후에 미소짓는 러시아?
미국의 이란 제재 복원후에 미소짓는 러시아?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8.11.09 2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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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하락장에도 시장 점유율과 영향력은 되레 증가
이란 석유 수출 대행 창구로, 로스네프트 수익 최고 수준

국가 유가는 이제 본격적으로 약세장으로 진입하는 것일까? 국제유가 하락은 러시아 경제 운영에 직격탄을 날린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대응 전략도 궁금해진다.

외신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지난 10월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졌다. 미국의 대 이란 경제제재 복원으로 유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빗나갔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신의 뜻대로 유가가 내리고 있다고 자랑하는 시장 흐름이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com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com

 

실제로 8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6% 떨어진 60.6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한달여 전 76.24달러에 거래된 고점과 비교하면 20% 이상 하락한 상태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도 이날 70.65달러로 마감했다. 역시 고점(86.74달러) 대비 19%가량 떨어졌다.

하락의 원인 분석은 여러가지다. 미국이 원유 수출 금지 등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재개하면서 한국 등 8개국에게 한시적으로 면제부를 준 데다 미국 내 원유 재고가 7주 연속 증가해 지난 6월 이후 최고 수준인 4억3,200만배럴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측에 증산을 요청했고, 실제로 일정 부분 늘어나기도 했다. 

시장 측면에서 보면 국제유가가 바닥을 치고 서서히 상승하는 국면에 미국의 이란 제재 재개 경고가 나오면서 가파른 상승세로 바뀌었다. 석유 메이저들이 황급히 이란산 석유의 수입을 줄였고, 이에 따른 시장의 공급 부족 현상에 심리적인 요인이 가세한 탓이다.

하지만 이란 제재가 지난 5일 재개되었지만, 원유 시장 수급이 달라지기는커녕 재고는 되레 늘어났고, 불안한 심리마저 안정되니 유가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 원유 수출 금지 조치로 인한 국제 원유 공급량 축소를 우려한 시장 참여자들이 필요한 원유를 미리 사들였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내년도 유가는 어떻게 될까? 또 러시아는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원유 시장을 움직이는 큰 손은 미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3대 석유 대국이다. 사우디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주도하고, 러시아는 비 OPEC국가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세 나라의 원유 공급량을 합하면 하루 평균 3330만 배럴로, 전세계 원유 공급량의 3분의 1 가량을 담당한다.

미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계속 저유가를 고집하고 있으니 계속 석유 생산을 늘릴 전망이다. 셰일 가스및 석유 개발도 늘어날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가 너무 떨어지는 것을 경계해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OPEC 차원의 감산을 검토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미-사우디아라비아 갈등과 이란 제재 등 원유시장의 혼란을 틈타 시장 점유율을 올리는데 주력한다.

각기 서로 다른 전략으로 맞서니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유가 흐름이 결정될 게 분명한데, 내년에도 유가 하락세가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어 보인다. FT는 지난 4월 하루 280만 배럴에 달했던 이란의 원유 생산량이 향후 6개월 안에 절반 이하(130만 배럴)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란의 공급 물량이 변수다. 여기에 미국 월가의 에너지 선물 전문가인 스튜어트 글릭만은 “이달 말쯤 열리는 OPEC 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다시 산유량을 줄이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유가에 영향을 미칠 또 하나의 변수다. 

러시아 국유석유기업 로스네프트가 베트남 해저유전 개발 장면/ 사진출처:로스네프트 홈피

 

중간자 입장인 러시아는 유가가 올라가든 떨어지든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할 게 분명하다. 벌써부터 이란 석유 수출 금지의 최대 수혜는 러시아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가 이란과 세계 석유시장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하면서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는 뜻이다.

우선 EU를 제외한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이란산 원유의 대체제로 러시아산을 찾고 있다. 원유의 품질이 비슷해 (이란산을 수입하던) 정유사들이 (러시아산을) 쉽게 정유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이탈리아 애니와 프랑스의 토탈 등 유럽 정유사들이 이란 원유대신 러시아 기름을 사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토탈은 지난 7월 이란 원유 구입을 중단하고, 러시아산 원유 21만7000배럴을 매입했다. 터키도 7월 이후 미국의 이란 제재에 대비해 러시아산 기름 수입을 3개월 만에 재개했다고 한다. 

OPEC 회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 않다. 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 등은 지난 2016년 말 유가를 올리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기로 결정했으며, 이후 2차례 연장을 통해 올해 말까지 감산을 유지할 계획이다. 내년에도 감산을 계속할지 여부의 결정에 러시아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효과는 반감된다. 

나아가 러시아는 세계 석유시장 내 이란의 지분을 흡수해 세력 확장을 노리고 있다. 이란에게도 손해는 아니다. WSJ는 미국 금융체계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 이란 제재조치에 맞서 이란산 기름을 사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이 원유를 러시아에 넘기면 러시아는 이란에게 필요한 물자를 물물교환 방식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품질이 비슷한 이란산 원유를 정유해 국내 수요에 충당하고, 남는 러시아 원유를 보다 높은 값을 부를 수 있는 수출로 돌리는 식이다. 그 결과 러시아 국영 로스네프트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지난 1~9월 순이익이 4510억루블( 7조6128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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