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사고원인 철저 조사 예정", 이번에도 기체 결함이나 고장이 주원인 아닌 듯
러시아에서 들여온 대형 헬기 카모프-32(KA-32)가 또 사고를 냈다. 1997년에 도입된 이 헬기는 물 적재량이 3000ℓ에 달해 산불 진화, 산림 방제 등에 주로 쓰인다.
사고 헬기는 1일 오전 11시 20분쯤 서울 강동구와 경기 구리시 경계인 강동대교 인근에서 서울 노원구 월계동 영축산 인근에 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물을 채우던 중 추락했다. 기장 김모(57)씨와 부기장 민모(47)씨는 비상 탈출해 목숨을 건졌지만 함께 탑승한 정비사 윤모(43)씨는 사고기와 함께 한강에 가라앉아 추락 1시간 20분 만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KA-32헬기의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렇다고 기체 결함이나 고장 혹은 노후화에 따른 사고로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5월 삼척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된 KA-32헬기는 화재 현장 주변의 고압선에 걸려 비상착륙했다. 당시 뒷좌석에 타고 있던 정비사는 숨졌다.
10년 전인 2009년에는 전남 영암에서 담수 작업 훈련 중 추락해 3명이 숨진 바 있다. 담수 훈련은 20여m 상공에서 헬기를 정지시킨 다음 강력한 펌프로 물을 빨아올리는 작업이다. 이날 사고도 산불 진화를 위한 담수 작업 과정에서 일어났다.
산림청 관계자는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조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국토부와 함께 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정확한 원인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산림청에서 가동하는 카모프 헬기는 총 30대다. 노태우 정부 당시 구소련측에 제공한 '경제협력 차관' 대신 1993년부터 현물로 들여온 게 이 헬기다. 담수 능력이 좋아 산불 현장에서 곧잘 성과를 올렸던 게 사실이다. 다만, 20념 넘게 운행하다 보니, 이 기종도 점차 노후화하고 있다. 그렇다고 대체 기종을 도입할 예산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고가 날 때마다 늘 지적되는 이상(최신 기자재)과 현실(예산 부족) 사이에서 헤매야 하는 고민일 뿐이다.
정비사의 사망은 사고 헬기에 강이나 바다, 호수에 빠졌을 경우를 대비한 ‘발로넷(수상비행 자동부양장치)’이 장착돼 있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산불 진화에 나설 때 발로넷을 다는 공간에 진화용 도구를 달고 출동하는 것으로 밝혀져 딱히 책임을 묻기도 애매하다. 산림청 관계자는 “발로넷은 해상비행을 할 경우에만 장착할 뿐, 산불진화에 동원될 때는 장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산림청 전체 헬기 정비 인력은 47대에 77명으로 1대당 1.6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지만, 헬기 비행 300시간, 600시간, 1000시간마다 진행하는 ‘대점검’을 위한 정비사 11명이 본부에 있어 일선 관리소들의 상황은 다를 바 없다고 한다.
반면 경찰청의 경우 2.7명(항공기 18대, 정비인력 49명), 소방청은 3.1명(항공기 26대, 정비인력 81명), 해양경찰청은 4.9명(항공기 23대, 정비인력 113명)수준으로 그나마 낫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