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학생 추락 사망이후 '러시아 커뮤니티'에 높아지는 자녀 교육 불안감
인천 중학생 추락 사망이후 '러시아 커뮤니티'에 높아지는 자녀 교육 불안감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8.12.03 12: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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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추락한 러시아 이미지를 개선하지 못하면, 반복되지 않을까?
러시아의 나쁜 이미지는 '적대국+ 후진국'가 겹쳐진 때문일텐데..

러시아 어머니와 둘이 살던 인천의 한 중학생이 또래 친구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한 뒤 15층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진 사건 이후 국내 거주 러시아인들의 불안감은 높아졌다고 한다.

러시아인들이 수십 명, 혹은 수백 명씩 의견을 교환하는 SNS나 카톡방,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번 사건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한국에서, 서울에 있는 러시아 쉬꼴라(학교)나 외국인 학교에 자녀를 보내지 못하거나, 굳이 보낼 필요를 느끼지 않았던 러시아인들에게는 충격적인 사건임에 틀림없다.

얼굴이 다르고, 영어를 잘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다문화가정 학생을 괴롭히는 것은 우리 사회에 숨어 있는 편견이자 인종 차별이다. 거꾸로 서구적 외모를 지닌 영어권 출신 학생들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다문화가정'의 역설이기도 하다.

서구적 외모를 지녔음에도 영어를 못하는 러시아권 출신 학생들에게 쏟아지는 차별은 오랫동안 단절돼온 역사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한때 미국과 경쟁하던 강대국이었던 소련이 붕괴하면서 겪은 '혼돈 상황'은 우리에게 소련=북한이라는 적대국 이미지에 '망한 나라, 못사는 후진국' 이미지를 덧씌웠다. 

게다가 국내에 들어온 러시아CIS 여성들의 성매매, 후줄근한 보따리장수들, 각 지역에 흩여진 러시아권 노동자들이 러시아 전체 이미지를 형성하고 말았다. 문화예술 분야의 위대함도, 과학기술 분야의 뛰어남도, 군사적 강대함도 나쁜 이미지에 다 묻혔다.

이명박 정권 시절 시작된 '한러대화'는 아직 러시아에 대한 무지를 깨우치고, 기존 이미지를 불식시키는데 미흡한 상태다. 서울시가 러시아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8년째 러시아 거주민 단체와 함께 ‘백만송이 장미’ 축제를 진행하고 있으나, 시간을 더 필요로 한다.

언론 매체의 기사 선택 기준이 일방적이다. 미국은 선진국이니 만큼 '우리가 본받아야 할 것'들이 기사 선택의 기준이고, 러시아는 그 반대다. 그러다 보니,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사실인 것처럼 국내에 나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인천 중학생 추락사고 이후 한 러시아 커뮤니티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한국인의 무지와 몰이해를 성토하는 불만이 터져나왔다고 한다.

예컨데 이런 것들이다.
“인천의 초등학교 6학년 아이는 ‘러시아엔 추워서 자동차가 다니지 못할 때는 사람들이 사슴을 타고 다닌다’고 학교에서 배웠다고 한다.”
“중학생들이 레닌이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러시아 역사에 대한 내용이 거의 없다.”
“아이가 특정 알레르기로 얼굴이 검붉게 변했는데 ‘외국인이라 그렇게 더럽게 하고 다니냐’는 핀잔을 받았다."

이런 무지한 이야기에 혀를 차고 있기에는 이미 우리 주변에 러시아인들이 많이 늘어났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하는 러시아인(고려인 포함)은 2013년 1만2800여 명에서 지난 10월 말 기준 5만7300여 명으로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거주자는 같은 기간 3만8500여 명에서 6만9600여 명으로 80%가 늘었다. 지난해 말 국내에 거주하는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4개국 출신 고려인은 모두 6만3900여 명으로 조선족(70만2900여 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외국인 거주자다. 

러시아어권 주민이 늘어난 것은 지난 2014년부터 시행된 한국-러시아 무비자 정책과 러시아 유학생들의 증가, 고려인 동포들의 입국 및 정착 증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여전히 낮은 러시아 인식 수준.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착각하는 것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연구소가 지난 2017년 한국과 러시아에서 각각 1000명과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양국 국민상호인식 조사’ 보고서를 내놨는데, 그 내용이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남북한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러시아가 북한을 지원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국인은 무려 50%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러시아는 응답자의 59%는 “중재자로 남을 것”, 26%는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대답했다. 무려 85%가 '북한을 일방적으로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우리에게는 러시아가 여전히 ‘6·25전쟁을 지원한 소련’이라는 과거 이미지로 남아 있고, 러시아는 냉전 후 발상으로 남북한을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전문가들은 한국 거주 러시아인들의 서툰 한국어 능력도 사태를 부추긴 것으로 본다. 지난 10월 경남 김해에선 일어난 불로 고려인 4세 아이와 그의 누나(14)가 숨졌는데, 부모가 일하러 나간 사이, 집에 있던 남매가 ‘불이야’라는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해 당한 참사라고 한다. 잔나 발로드 서경대 국제비즈니스 어학부 교수는 “한국인과 결혼한 러시아 엄마들은 한국어가 서툴러 학교에서 아이들 문제로 제대로 상담조차 못한다”며 “스스로 노력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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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시아 2018-12-04 03:42:24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청소년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군산시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한 이모(46)씨를 구속하고 달아난 정모(46)씨 뒤를 쫓고 있다.
이씨 등은 자신의 유흥업소에 외국인 미성년자를 고용해 영업한 혐의다. 이들은 올해 초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국적의 미성년자 10명을 고용해 영업하다 적발됐다.
'한 업소에 미성년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지난 4월 18일 현장에서 이씨와 정씨를 체포했다. 미성년 외국인 여성들은 혼란한 틈을 타 도주했으나, 인적사항을 파악한 경찰에 모두 붙잡혔다.
정씨는 경찰서를 오가며 조사를 받는 와중에 구속을 피하려고 달아나 경찰이 추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