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학파 김춘경 교수가 지방 학생들에게 연기를 지도하는 이유
러시아 유학파 김춘경 교수가 지방 학생들에게 연기를 지도하는 이유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8.12.11 0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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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연극대 유학 과정서 독특한 교수법 체득
시골학생들에게도 '묻고 답하기'식 지도, 13일 K팝 뮤지컬 무대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연극대학 Санкт-Петербургская государственная академия театрального искусства? 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김춘경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교수.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지방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뮤지컬을 지도하는 그는 오는 14일에는 경남 산청 지역 학생들과 창작뮤지컬 ‘K-POP 뮤지컬, 라비앙 로즈’ 를 산청군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올린다. 

 

그의 교육 방식은 독특하다. ‘김춘경식 교수법’이다. 연기에 토론을 도입한 것. ‘이 캐릭터는 이렇게 연기해야 해’라는 주입식이 아니라, 서로 끊임없이 묻고 답하며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어 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토론을 통해 자신을 깨달아가는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이자 우니베르시타스(universitas) 교육법이다. 러시아 유학시절에 느낀 경험이 이 교육법의 원천이다. 

김 교수는 주간동아와의 회견에서 "(러시아 유학 당시) 민머리 할아버지 교수가 있었는데, 학생들은 그의 머리를 만지면서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교수님’이라고 인사했다. 도제식, 아바타식 수업에 익숙한 나로서는 작은 충격이었다. 어색했지만 나도 민머리를 만지며 인사했다. 그 ‘민머리 인사법’은 교수 대 제자로서 관계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서 접근한다는 의미였고 제자들은 스스럼없이 내면을 표현하며 토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런 교육 방식을 체험하며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니, 이후 과정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는 기초가 전혀 없는 지방 청소년들과 공연을 준비할 때도 같은 식이다. 등장인물의 감정 선과 처한 상황에 대해 학생들과 토론하면서 그 캐릭터를 내면화하고, 이후 대사를 통해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나는 지긋지긋한 가난이 싫어’라는 대사가 있다고 하자. 김 교수는 학생에게 ‘이 사람은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이 얘기를 듣는 부모님의 심정은 어땠을까?’ 물어본다. 많은 아이가 자신의 상황에서 이야기를 하고, 동시에 가족이나 상대방을 이해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단순히 대사를 외우게 하는 게 아니라 그 배역, 그 대사에서 아이들이 뭔가 느끼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연기는 자기 자신을 찾는 전인교육'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지방의 아이들에게도 연기를 통해 자존감과 배려심 등을 키울 수 있다고 믿었고, 또 계속 아이들을 무대에 오르도록 가르치는 이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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