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INF 협정' 위반 주장에 러시아는 문제의 미사일 전격 공개
미국의 'INF 협정' 위반 주장에 러시아는 문제의 미사일 전격 공개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1.23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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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에 버금가는 미-러 INF조약, 9M729 노바토르 순항미사일이 문제
미국 사거리 2천~5천Km 주장에 러시아는 겨우 480Km에 불과하다고, 입증은?

북한의 비핵화 못지 않게 미국이 신경쓰고 있는 군축 관련 분야가 러시아와의 중단거리핵전력조약(INF)이다. 미국은 일찌감치 INF 탈퇴를 선언한 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러시아측의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물론 러시아는 거세게 저항한다.

INF는 레이건 미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지도자가 1987년 12월에 체결한 중·단거리핵전력 감축을 겨냥한 합의다. 사거리 500~1천km의 단거리와 1천~5천500km의 중거리 지상발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시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이 시비를 거는 것은 러시아가 2017년 배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9M729 노바토르 순항미사일(나토명 SSC-8)의 존재 때문이다. 이 미사일이 INF가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중·단거리미사일 기준을 어겼다는 것이다.

풀 셀바 미국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지난해 5월 미 의회에서 러시아가 유럽 전역을 위협할 수 있는 새 순항미사일 9M729 노바토르를 실전 배치해 INF 정신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러시아가 조약을 준수하지 않는 한, INF를 파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12월 4일 러시아에 60일의 시한을 제시하고 나섰다. 미국의 시한은 내달 초다. 

양측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평행선만 긋고 있다. 지난 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회담에서도 양측은 그간의 입장 차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미국 측은 "SSC-8 미사일(9M729 노바토르 순항미사일)과 발사대, 관련 장비들을 모두 검증 가능한 수준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달 초 예정대로 INF 조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테이블에서 답답함을 토로했던 러시아가 23일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문제의 9M729 노바토르 미사일을 서방측에 전격 공개한 것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와 외무부는 이날 모스크바 서쪽의 군사공원 '파트리옷'(애국자)에서 유럽연합(EU)과 나토 회원국 무관들을 초빙해 9M729 노바토르 미사일을 공개하고, 러시아의 입장을 설명하는 합동 브리핑을 가졌다. 그러나 미국 대표는 브리핑에 참석하지 않았다. 

러시아 외무부 군비통제 담당 세르게이 랴브코프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러시아의 태도에 상관없이 INF 조약을 탈퇴할 것으로 본다"면서 "INF를 탈퇴하려는 진짜 이유는, 미국이 중·단거리 미사일을 보유한 상태에서 상대방의 대응 수단을 빼앗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INF 규정을 위반하지 않은) 9M729 순항미사일 폐기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미-러 양국은 앞으로도 INF 이행 의무를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개한 9M729 미사일에 대해 러시아 군 관계자는 (INF에 저촉되지 않는) '이스칸데르-M' 시스템에 포함되는 9M728 미사일의 개량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의 9M728 미사일보다 좀 더 강력한 탄두와 타격 정밀도를 높이는 조종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대 사거리는 9M728보다 10km가 줄어든 480km로, INF 조약상의 사거리를 위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그동안 9M729 미사일의 사거리가 2천~5천km로 INF를 위반한다고 주장하며 폐기를 요구해왔다. 미사일의 공개로도 사거리는 정확하게 측정할 수는 없으니, 9M729 미사일의 INF 위반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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