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LNG 시장을 놓고 다투는 미-러시아, 지난해는 러시아 압승?
유럽 LNG 시장을 놓고 다투는 미-러시아, 지난해는 러시아 압승?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1.29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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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셰일가스, 러시아는 야말 LNG 가스 시장 확보 놓고 충돌
미국의 대러시아 견제도 유럽 시장의 LNG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전쟁'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좀 이르지만, 러시아와 미국이 유럽의 LNG(액화천연가스) 시장을 놓고 벌이는 대결은 흥미롭다. 독일 등 중부 유럽이 에너지 수급의 안정을 위해 러시아와 추진 중인 가스파이프 라인 '노르트스트림-2' 부설 프로젝트를 미국이 기를 쓰고 막는 것이 대표적이다.

사진 출처:얀덱스.ru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유럽 대륙으로 송출되는 루트는 우크라이나 대륙을 관통하는 가스파이프라인 '우크라이나 루트'가 주력인데, 러-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유럽에는 '에너지 공백' 가능성은 늘 상존한다. 이 공백의 틈을 놓치지 않고, 비집고 들어가고자 하는 게 바로 미국. 첨단기술의 개발로 늘어나는 셰일가스를 LNG 형태로 유럽 수출 확대를 노린다. 

미국에 '셰일가스'가 있다면 러시아에는 '야말 프로젝트'가 있다. 북극해 야말반도에서 뽑아올린 천연가스를 LNG로 전환해 수출하겠다는 야침찬 개발 프로젝트다. 쇄빙선 기능을 갖춘 LNG 운반선까지 도입해 북극해가 얼어붙은 겨울철에도 공급을 계속하는, '365일 공급' 루트 확보에 나선 상태다. 

유럽 LNG 시장을 놓고 미국과 러시아가 다투는 건 아주 당연하다. 미국이 유럽연합(EU)측에 대 러시아 견제 혹은 제재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고려한 측면이 적지 않다. 정치 외교적 갈등 속에 숨어 있는 경제적 이득을 살펴야 하는 거이다. 

유럽의 LNG 시장은 아직 중동국가들이 장악하고 있다. 놀라운 건 이미 러시아가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선 것. 영국의 에너지 컨설팅업체 ICIS에 따르면 야말 LNG 프로젝트의 2단계 계획이 지난해 중반께 본격 가동되면서 러시아의 11월 유럽 LNG 시장 점유율이 17%까지 상승했다. 

부동의 1위 카타르가 점유율 25%를 고수하는 가운데, 러시아가 알제리(15%)와 나이지리아(11%)를 제치고 2위로 치고 올라갔다. 2017년부터 유럽에 LNG 수출을 시작한 미국은 8%로 아직 하위권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상승세는 순전히 야말 LNG 덕분이다. 야말 LNG는 당초 아시아태평양지역 수출을 70% 이상 계획했으나, 최근 아시아 수요가 둔화하고 아태지역과 유럽의 가격 차이도 미미해 유럽 수출이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그 영향으로, 유럽 수출 물량이 되레 준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럽 각국에 "유럽이 러시아 에너지원에 포위되어 있다"고 불평을 터뜨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3분기까지의 대 유럽 수출물량이 1.3bcm에 그쳐 전년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럽에서 가스파이프 라인이 연결되지 않은 스페인의 페노자 지역에 러시아가 야말 LNG를 공급하면서 미국의 대 스페인 공급 물량은 크게 줄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91bcm을 수출하는데 그쳐 전년도 대비 10%가까이로 추락했다고 한다.

물론 LNG 수출은 러시아의 가스파이프 라인을 이용한 천연가스(PNG)수출 물량에도 영향을 끼쳤다. 러시아 에너지 공사 가스프롬은 지난해 11월 야말 LNG의 수출은 증가한 데 반해 PNG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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