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의 자랑거리겸 '차르의 자존심' 여름, 겨울궁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자랑거리겸 '차르의 자존심' 여름, 겨울궁전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2.02 0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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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제정러시아의 차르(황제)를 위한 화려한 거처(궁전)들이 남아 있다. 10월 혁명 등 역사적 사건들의 현장인 겨울 궁전 Зимний дворец 과 여름 휴가용으로 쓰인 거대한 별장(여름 궁전) 등 2곳이다.

관광 성수기에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간다면, 꼭 빠뜨리지 말아야 할 곳이 여름 궁전이다. 시내에서 서쪽으로 29km 떨어진 페테르고프에 위치해 있어 '페테르고프 Петергоф (궁전)'이라고 불린다. 한국은 '여름 궁전'이라고 많이 쓴다. 

여름궁전의 모습. 위로부터 대궁전, 윗 정원, 아랫 공원/ 사진출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식관광홈피 visit-petersburg.ru

핀란드만을 내려다 보는 여름궁전은 크게 대궁전 Большой дворец 과 윗 정원 Верхний сад 과 아랫 공원 Нижний парк 등 세 구역으로 나뉜다. 100ha가 넘는 큰 부지에 대궁전을 중심으로 아래에는 꽃과 나무, 각종 조형물로 멋진 공원을 만들고, 위에는 넓은 풀밭과 아름다운 산책길로 정원을 꾸몄다. 모두 60개가 넘는 분수가 여름 궁전을 더욱 시원하게 만들어준다. 

커다란 '삼손 분수'와 함께 우뚝 서 있는 대궁전은 18~19세기 차르의 영화를 짐작할 수 있는 곳. 고풍스런 대궁전이 더욱 빛나는 것은 위 아래에 정원과 공원이 있기 때문이다. 멀리서 보면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기에 더 아름답고 낭만적인 곳이다. 계절에 따라 사과나무가 이색적이고, 봄 튤립은 환상적이다. 자작나무의 숲 너머로 지는 저녁노을은 아스라한 추억을 자극하기도 한다.

삼손 분수
삼손 분수

60개가 넘는 분수가 여름궁전에서 최고의 볼거리다. 정중앙에 위치한 '삼손의 분수'에는 한 남자가 사자의 입을 찢는 조형물이 서 있다. 러시아가 스웨덴을 꺾은 승전을 기념한다고 한다.

여름궁전은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폭격으로 크게 훼손되었으나 소련 정부가 1945년부터 30년 걸려 재건해 오늘에 이르렀다. 199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여름궁전으로 가는 방법 중 관광객들이 주로 선택하는 길은 바다루트다. 해군성 앞 부두에서 고속 유람선을 타면 30~40분만에 여름궁전 앞 핀란드만에 도착하는데, 유람선에서 바라보는 여름궁전의 모습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상트페테르부르 네바 강변에 위치한 겨울궁전은 차르의 평상시 거처였으나 지금은 에르미타쥐 미술관으로 변했다. 이탈리아 건축가 바르토로미오 라스트렐리의 설계를 기본으로, 1754~1762년 바로코 양식으로 세웠다. 첫 주인은 예카테리나 1세. 옛 궁전의 추억은 이제 희미해졌다. 에르미타쥬 미술관의 일부분이 됐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에르미타쥐는 모두 1,057개의 방만 일반에게 공개된다. 이 곳은 2월 혁명 이후에는 임시 정부의 청사로, 10월 혁명이후에는 구 귀족들로부터 몰수한 예술품들을 모아두는 곳으로 쓰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겨울궁전과 주변의 4개의 건물들이 에르미타주 미술관으로 변했다. 

에르마타주 미술관의 일부분으로 바뀐 겨울궁전

네바 강변에서 바라보면, 은은한 연두빛 건물은 당당하다 못해 도도하기까지 하다. 전시된 작품을 모두 보려면 한 작품을 1분씩만 보더라도 6-7년(총 소장작품은 270만점, 전시로의 길이는 27킬로)이 걸린다고 하니 크기에 압도당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 미켈란젤로, 르벤스, 렘브란트 등 16, 17세기 유명 화가들의 작품으로 가득 차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여름궁전이 외형적인 아름다움이 감탄을 자아낸다면, 겨울궁전은 그 속에 담고 있는 보석같은 작품들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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