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의 '숨은 진주' 크림반도, 휴양과 역사 탐방이 가능한 파라다이스
흑해의 '숨은 진주' 크림반도, 휴양과 역사 탐방이 가능한 파라다이스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2.03 05: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럽 남부의 거대한 내해인 흑해는 많은 휴양지를 안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다투는 크림반도를 비롯해 동유럽의 불가리아, 루마니아, 구소련의 러시아와 그루지야도 흑해 연안에 멋진 휴양지를 두고 있다. 터키 북부에도 마찬가지다.

지정학적으로도 러시아의 남하정책과 오스만터키 등 이슬람권의 북진정책이 흑해에서 충돌했다. 아름다운 휴양지들이 한순간에 전쟁의 포화에 휩싸였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크림반도의 여행은 편안하고 달콤한 힐링 순간이기도 하지만, 아픈 역사를 찾아가는 '역사 유적 탐방'이기도 하다.

크림반도로 가는 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좁아진 편이다. 항공편으로 모스크바에서 크림자치공화국의 수도 심페로폴로 가 동서남북으로 움직이는 게 편하다.

심페로폴에는 칭기즈칸의 후예들이 500년간 지배했던 '크림 칸' 시절의 '바흐치사라에 궁전' Бахчисарайский дворец 과 고대 동굴도시 추풋-칼레 чуфут кале, 옛 스키타이 문명의 유적지 네오폴 스키프스키 Неаполь Скифский 등이 있다. 

'크림 칸'의 궁전에는 러시아 문호 푸쉬킨의 시 ‘분수의 눈물’ (정확히는 '눈물의 분수'다) Фонтан слёз 로 유명한 대리석 분수가 있다. 푸쉬킨의 청동 얼굴상이 분수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분수의 눈물은 '사랑의 분수여, 살아 있는 분수여. 나는 당신에게 장미꽃 두 송이를 바치다니.. 침묵을 깬 당신의 이야기와 매혹적인 눈물에 빠졌습니다"라고 썼다.

'크림 칸'의 궁전과 '분수의 눈물' /사진 출처: 현지 관광 소개 자료

추풋 칼레는 크림의 동굴 도시 중 가장 보존이 잘 된 곳으로, 5~8세기 당시의 거주지로 평가된다. 산위에 살면서 초원을 활용해야 하는 부족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청되며, 바위 등 지형을 잘 이용해 구조물에 세워 외부이 침입에 방어하고자 하는 목적도 엿볼 수 있다. 

추푸 칼레 유적지/사진 출처: culture.ru

 

네오폴 스키타이스키는 기원전 3세기 이곳에 자리잡은 스키타이족 주요 부족의 요새 중 하나라고 한다. 

스키타이시절의 유적 네오폴 스키프스키 / 사진 출처: proehal.ru

크림반도를 중심으로 벌어진 크림전쟁은 1853년 제정러시아의 니콜라이 1세가 흑해를 통해 지중해로 나아가려다 오스만제국(터키)와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연합국과 부닥친 전쟁이다. 크림반도 남서쪽의 항구 세바스토폴은 전쟁의 포화에 휩싸였던 곳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이 전쟁에 포대장으로 참전해 세바스토폴 이야기를 쓰기도 했다. '나이팅게일'의 이름도 이때 나왔다. 

세바스토폴 해안에 서 있는 수장군함기념비/ 사진출처: proexal. ru

전쟁이 남긴 유적지가 세바스토폴에 즐비하다. 우선 세바스토폴 만에 바다위에 우뚝 서 있는 '수장군함기념비' Памятник затопленным кораблям. 크림전쟁 당시 영국과 프랑스 함대에 맞서 싸우다 바다에 수장된 해군함대(80척)을 추모하기 위해 1905년에 세웠다.

경주 감포에 있는 문무왕 수중능과 같이 '적의 침공을 막는다'는 효과를 기대하는 듯, 바다에 돌을 쌓아 대를 만들고 그 위로 높이 탑을 쌓은 뒤 제정러시아의 상징인 독수리를 올렸다. 마치 적의 침공을 독수리의 눈으로 노려보는 듯하다. 

미하일 해안 포대

미하일 해안 포대 Михайловская береговая батарея 는 세바스토폴 해안에 있는 10개의 해안 요새 유적 중 하나다. 니콜라이 1세의 아들인 미하일을 기념하기 위해 1846년 축조됐다.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크림 전쟁 당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크림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곳은 파노라마 역사박물관 Панорама - историко-художественный памятник 의 대형 그림이다. 크림전쟁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연한 그림으로, 그 규모와 재현 방법이 상상을 초월한다. 전쟁터에 직접 참전한 느낌이 들 정도로 정교하고 방대하다.

파노라마 박물관 전경과 크림전쟁 대형 그림/사진출처: proexal.ru

크림반도에는 또 우리에게 아픈 역사를 남긴 얄타가 있다. 미국의 루즈벨트와 영국의 처칠, 소련의 스탈린이 이곳에서 해방후 하반도를 남과 북으로 가르는 결정을 내렸다. 역시 흑해연안의 아름다운 휴양지 중 하나이지만, 우리에게는 아픈 상처를 안겨준 곳이다. 

얄타뿐만 아니라 크림반도 연안 곳곳에는 아름다운 해변이 펼쳐져 있다. 그래서 크림반도를 흑해의 '숨은 진주'라고 부르는지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