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러시아 조만간 자체 인터넷망 '루넷' 실험 실시할 듯, 글로벌 망과 차단하는 것인데..
[심층분석]러시아 조만간 자체 인터넷망 '루넷' 실험 실시할 듯, 글로벌 망과 차단하는 것인데..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3.07 0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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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사이버 전략에 따라 인터넷망 봉쇄시 '자체 인터넷(루넷)' 운용이 목적
사이버 시대의 '철의 장막', 러 인권단체 '인터넷 검열 봉쇄 조치'라고 비난, 왜?

러시아가 조만간 국제 인터넷망과 접속을 완전 차단 혹은, 차단시 비상 대책 방안을 점검하는 실험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러시아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는, 소위 ‘사이버 봉쇄’에 나설 가능성에 대비해 만든 자체 시스템인 ‘루넷(Runet·러시아와 네트워크의 합성어)’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서방언론과 일부 야권에서는 ‘인터넷 규제 및 검열’을 강화하기 위한 실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루넷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추진중인 ‘디지털 경제 국가 프로그램’. ‘러시아만의 인터넷’ 구축이 목적이다. 냉전 시절에 '철의 장막'이 있었다면, 사이버 시대의 '디지털 장벽'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러시아 내 인터넷 트래픽의 95% 이상을 정부가 지정한 특정 기관을 거치도록 해 러시아와 국제 인터넷 연결고리를 일원화한다는 것. 글로벌 인터넷망이 차단되더라도, 러시아내 인터넷 망(루넷)은 제대로 작동되어야 한다는 목적에서 나왔다.

관련 법안은 지난 2월 하원 1차 심의를 통과했고, 상원 표결과 푸틴 대통령의 최종 서명만 남겨놓은 상태다.

구체적 실행방안을 보면, 러시아 정부는 우선 각 개인과 기업에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ISP)들로 하여금 자체 DNS를 구축하도록 할 예정이다. DNS는 ‘www.buyrussia21.com’처럼 사람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문자로 이뤄진 도메인 주소를 컴퓨터 언어로 변환시키는 시스템이다. 특정 웹사이트로 이동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이어 모든 데이터의 이동을 미디어·통신감독 기관인 로스콤나조르가 관할하도록 한다. 로스콤나조르는 이번 실험에서 러시아 사용자 간에 주고받은 데이터가 해외로 나가지 않고 국내에 머물러 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러시아의 이같은 실험은 미국이 지난해 9월에 발표한 ‘국가 사이버 전략(National Cyber Strategy)’에 대응하는 조치다. 당시 미국은 러시아와 북한 등을 사이버 위험 국가로 지목하고 미국과 동맹국이 사이버 공격을 받을 때, 인터넷 접촉을 차단하는 등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다. 인터넷망은 이제 누구나 어디서나 사용해야 할 공기와 같은 존재인데, 이걸 차단하겠다고 했으니, 어쩌면 미국이 러시아가 인터넷을 통제하도록 빌미를 제공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러시아 시민단체들은 “러시아 정부의 이번 실험으로 인터넷 사용자들을 외부 세계로부터 완전히 고립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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