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집권 친한파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전격 사임, 후계자는 누구?
30년 집권 친한파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전격 사임, 후계자는 누구?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3.20 0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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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전격 사임과 같은 충격, 다른 파장-'상왕' 지위 고수
직무대행은 측근인 토카예프 상원의장이 맡았으나, 내각 총사퇴로 권력공백 우려도

30년 동안 장기 집권해온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79)이 19일 전격 사임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한국도 자주 방문한 친한파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사진출처:카자흐 대통령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이날 TV로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대통령직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며 사퇴서에 직접 서명했다. 그는 "올해가 (카자흐스탄공화국 공산당 제1서기로서) 최고위직을 맡은 지 30년이 되고, 독립국가 카자흐스탄의 첫 대통령이 될 기회도 국민들로부터 받았다"고 감사함을 표시한 뒤 "조기 대선 실시 전까지는 상원의장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65)가 대통령직 대행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토카예프 의장은 총리를 지낸 외교관 출신 인사로, 나자르바예프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전격 사임은 1999년 12월 31일 발표했던 옐친 대통령의 사임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러시아에서는 헌법에 따라 총리가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았고,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더니 조기 대선에서 직무대행 꼬리표를 떼고, 장기 집권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후계자는 명확하지 않다. 측근이자 국정수행 경험이 풍부한 토카예프 상원의장이 대통령 직무 대행을 맡아 차기 대권 후보로 유력하지만, 65세라는 나이가 일단 걸린다. 과도기 최고지도자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최근 미진한 경제 개혁을 이유로 내각 총사퇴를 명령했다. 그의 사임은 그 책임을 함께 지는 모양새로 비치지만, 총리마저 사실상 그만둔 상태여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이날 사임은 후계자를 정한 뒤 물러난 옐친과는 그 의도가 확연히 달라 보인다. 권력 공백속에서 계속 '상왕' 지위를 유지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것이다. 특히 그는 집권여당인 '누르 오탄'('조국의 빛줄기')당 지도자와 국가안보회의 의장직은 계속해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시간을 두고, '제2의 푸틴' 급 후계자를 모색할 여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사임 이유에 대해서는 경제 분야가 가장 먼저 꼽힌다. 주요 원유 수출국인 카자흐스탄은 국제유가 하락과 밀접한 교역 상대국인 러시아의 경제위기로 최근 몇년 동안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3.5%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각 총사퇴 명분도 미진한 경제개혁, 경제성장이었다.

일각에서는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지난 2005년부터 전립선암을 앓고 있으며, 치료를 위해 러시아,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을 다녀왔다는 얘기가 돌았다. 

옛 소련권 국가의 최장수 통치자인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1989년 6월 카자흐 공산당 제1서기에 선출되면서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오른 뒤 이듬해 4월 카자흐스탄공화국 대통령이 됐고, 독립 직후인 1991년 12월 첫 독립국가 대통령 선거에 단독 후보로 나서서 98.8%의 지지로 선출됐다. 이후 1999년(81%), 2005년(91.1%), 2011년(95.5%), 2015년(97.7%) 대선에서 당선되면서 '카자흐스탄 국부'로 추앙받았다. 

카자흐 의회는 지난 2007년 개헌을 통해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종신 집권을 가능하게 했다. 그의 통치 30년 동안 카자흐는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며 '지역 맹주'로 자리를 잡았지만, 대통령 본인과 가족들의 비리, 언론 및 야권 탄압 등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무려 30년의 집권이니, 빛과 그림자가 짙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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