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가짜 묘비' 설치 범죄(?)를 불러온 러시아의 '국가 모독죄'와 '가짜뉴스 금지법'
'푸틴 가짜 묘비' 설치 범죄(?)를 불러온 러시아의 '국가 모독죄'와 '가짜뉴스 금지법'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3.24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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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붕괴 뒤 사라졌다가 다시 부활하는 걸 보면 '짜르식' 독재 강화 흐름 분명
푸틴 대통령을 모독하면 15일 구금형, 푸틴의 가짜 묘비 만든 남성 즉각 체포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한국과 러시아에서 '국가원수 모독'에 관한 논란이 벌어졌다. 한국에서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 내용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가원수 모독죄'에 해당한다고 비난했다가 역풍을 맞았고, 러시아에서는 '국가 모독 금지' 법인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이 대표의 '국가원수 모독죄' 발언은 지난 1988년 폐지된 형법의 ‘국가 모독죄’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독재국가에서는 '국가원수=국가' 이기에 '국가모독죄'는 곧 '국가원수 모독죄'였고, 유신시절과 5공화국 내내 국민의 입에 부리망을 씌웠다. 하지만, 우리는 5공이후, 러시아는 소련의 붕괴로 '국가모독죄'와 다름없는 인 '체제 훼손 활동 금지법'이 사라졌다. 

그런 면에서 푸틴 대통령 정권이 최근 '국가 모독죄'를 부활한 것은 '차르식' 독재체제로 가는 길이자, 소련시절로 퇴행하는 조치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두 달도 채 안되는 시간에 ‘국가 모독 금지’ 법안과 ‘가짜뉴스 금지’ 법안을 속전속결로 처리하고, 최근 법안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의 원조 '가짜 묘비'. 푸틴 이름과 1952~2019이라고 적혀 있다

'국가모독 금지'법 закон о неуважении власти 은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나 관료를 조롱하거나, 러시아 국가, 국가 상징물, 헌법 등을 비하하고,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도덕관념을 비속한 방식으로 모욕하는 게시물을 인터넷상에서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또 그런 내용을 인터넷에 올리면 최대 10만루블(약 17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푸틴 대통령을 모욕하면 최대 15일의 구금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 

함께 통과된 '가짜뉴스 금지'법 закон о борьбе с фейковой информацией 도 기존의 '인터넷 정보법'을 개정한 것이지만, '언론 통제를 위한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모든 국가가 '가짜 뉴스'에 몸살을 앓고, 퇴치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대부분 처벌을 명시화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않고 있다. 도를 넘어선 특별한 경우에만 기존 형법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인데, '가짜뉴스 금지법'을 만들면 언제든지 범죄의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뜻이다. 야권과 언론등에서 언론 통제 법안이라고 반대하는 이유다.

실제로 모스크바 등 러시아 전역에서는 '가짜뉴스 금지법' 반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법안은 가짜뉴스가 국가 주요 시설을 교란시키면 최대 30만루블, 누군가를 사망에 이르게 하면 40만루블의 벌금형에 처하며 반복적으로 배포할 경우 최대 150만루블까지도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재미 있는 것은 반대 시위 과정에서 한 남성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가짜 묘비를 만들고, 이를 SNS를 통해 배포했다가 체포되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이 남성은 실제로 조성한 묘비에 푸틴 대통령의 이름과 함께 삶의 기간을 '1952-2019'라고 적었다. 푸틴 대통령이 올해 안에 죽는다는 의미다. 그는 러시아의 ‘인터넷 규제' 규탄하는 가짜뉴스 금지법 반대 시위의 한 방안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지만 28일간의 구속 처벌을 피해가지 못했다. 

모스크바의 한 공원에서 발견된 '푸틴 가짜 묘비'/SNS 캡처

하지만 이 가짜 묘비는 러시아 전역에 '모방 범죄'를 확산시켰다. 23일에는 모스크바의 한 공원에도 푸틴 가짜 묘비가 등장했다.  

반 정부세력은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2개 법안을 '명백한 언론검열 조치'라고 비판했다. 가짜 뉴스를 어떤 기준으로 규정할 것인지 매우 모호하고, 정부의 입맛대로 요리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도 가짜뉴스는 엄격하게 규제한다"며 언론검열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러시아의 가짜 뉴스 금지법은 인터넷상에서 국민의 생명이나 건강, 자산, 사회 질서 및 안전 등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허위 정보를 고의로 확산시키는 것을 금지한다. 그러한 게시물이 발견되면 검찰은 통신정보기술매스컴 감독청인 '로스콤나드조르'(Roskomnadzor)에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조처를 요청하고, 감독청은 즉각 해당 정보의 삭제를 관련 매체에 요구할 수 있다. 구 소련의 '소련 체제 훼손 활동 금지법'을 재현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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