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 하바로프스크 주를 움직인 거물 이샤예프 전 주지사가 전격 체포된 까닭?
극동 하바로프스크 주를 움직인 거물 이샤예프 전 주지사가 전격 체포된 까닭?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3.29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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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부터 하바로프스크를 움직이고, 대통령 전권대표까지 지낸 거물급 인사
크렘린의 '적폐청산 신호' 분석에서 세대교체를 위한 필연적 과정이라는 해석까지

러시아판 적폐청산의 신호인가?
러시아 극동 하바로프스크 주지사와 극동지역 대통령 전권대표를 지낸 거물급 인사 빅토르 이샤예프(70)가 체포되자, 현지 언론이 제기한 의문이다. 모스크바서 너무나 멀리 떨어진, 그래서 중앙의 영향력이 크게 미치지 못하는 지역 토호들의 '철밥통' 부수기와 세대 교체 등을 위한 시작으로 일단 추정된다. 이샤예프 전 주지사도 모든 직함을 내려놨지만, 그의 지역내 영향력도 여전히 막강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샤예프 전 주지사는 28일 모스크바에서 부패혐의로 체포됐다.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관계자는 "이샤예프가 형사사건과 관련돼 체포됐다"며 "하바로프스크주 주정부 청사, 이샤예프 가족 사무실 등에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샤예프 전 주지사는 모스크바 법원에서 열린 구속여부 심사(영장실질심사)에서 1500만 루블(2억5천500만원)의 보석금을 내는 조건으로 가택연금형에 처해졌다. 구속이 아니라 가택에 연금된 상태에서 후속 수사를 받는 것이다.

그의 혐의는 전직 하바로프스크 주정부 고위인사와 임업회사 간 부정거래와 관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영석유기업 로스네프티 부회장으로 근무할 당시, 하바로프스크 소재의 한 회사에게 특혜를 준 혐의(횡령및 배임)도 제기된 상태다. 특혜를 받은 회사의 실질적인 소유자가 이샤예프 본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극동지역 언론매체들은 "이샤예프 전 주지사가 20년이상 하바로프스크 주지사와 극동지역 대통령 전권대표를 지낸 지역 토호 인맥의 대부"라고 전제, 이번 수사는 정치적인 목적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정치적 목적은 크게 2가지다. 우선 하바로프스크 지방 권력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공산당 후보에게 넘어갔다. 그 과정에서 이샤예프 전 주지사가 애매한 태도를 취하면서 그의 세력이 공산당 출신 주지사와 사실상 결탁했다는 것이다. 크렘린을 향해 스스로 '벌'을 청한 모양새가 됐다.

다른 하나는 그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현 총리) 시절인 2009~2012년 극동관구 대통령 전권대표를 지냈다는 과거 전력이다. 푸틴 대통령이 권좌로 복귀한 뒤 극동개발부 초대장관을 맡아 1년 넘게 일했지만 큰 신뢰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임명한 후임 전권대표가 '이샤예프 세력'에 밀려 "못해 먹겠다"는 불만이 내부에서 터져나왔다고 한다. 지방 권력의 실질적인 세대교체가 필요했던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메드베데프 대통령 시절 '열린 정부' 장관(2012~2018년 재직)을 지낸 미하일 아비조프(46)도 이샤예프 체포 이틀 전에 전격 구속됐다. 지난 2011~2014년 외국에 등록된 몇 개 회사들을 소유하고 시베리아 소재 전력회사 등에서 상당의 돈을 횡령해 해외로 빼돌린 혐의다. '과거 인맥'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이 동시에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 전권대표를 지낸 거물급 지방 인사의 체포는 이샤예프가 처음이다.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지방 권력들은 주목하고 있다. 이샤예프는 지난 1991~2009년 하바로프스크주 주정부 수장과 주지사를 지낸 뒤, 대통령 전권대표, 극동개발부 장관, 로스네프트 부회장 등을 지냈다. 하바로프스크주가 배출한 최고의 거물이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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