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젊은층에 번지는 '헬!러시아', 이민 희망 44%까지 치솟아
러시아 젊은층에 번지는 '헬!러시아', 이민 희망 44%까지 치솟아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4.13 0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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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부터 시작된 '경제위기' '경기침체' '장기 집권 푸틴'이 주 원인
유명 사회운동가 '내탓이요!' 정신 강조, 향후 경제회복 여부가 변수

러시아 젊은이들 상당수가 해외이민을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현지 유명인사들이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지난해 6~10월 러시아인 2,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면접조사에서 15~29세 청년층 응답자 가운데 44%가 해외로 이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 수치는 전체 응답자 중 이민 희망자 20%에 비하면 2배를 넘어서는 높은 수준. 2014년의 같은 조사에선 7%에 불과했다. 당시는 소치동계올림픽과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등으로 러시아에 민족주의가 고조되던 때였다.

이같은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러시아 유명 발레리나 출신의 사회운동가 아나스타시야 볼로츠코바 Анастасия Волочкова 는 11일 라디오 '에호 모스크바'에 출연해 "우리가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며 "왜 우리는 대통령과 지도자들만 탓하고 자신을 돌아보지 않느냐?"고 젊은 층의 '헬!러시아' 정신 상태를 질타했다. 소위 '내탓이요!' 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 층의 이민 욕구는 장기집권 중인 푸틴 대통령 측이 부추기고 있다는 게 여론조사 기관의 진단이다. 열악해진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도 큰 이유다. 현지 언론은 “2014년부터 시작된 경기 침체가 5년째 이어지면서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있는 데 반해 부가가치세 등 세금은 올라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인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이들이 꼽은 이민 희망국은 독일과 미국이었다. 독일은 구소련시절부터 러시아인들이 가고자 희망했던 국가. 모스크바의 독일영사관 앞에는 20여년전부터 비자를 받으려는 러시아인들로 긴 줄이 만들어진다. 미국 이민희망은 최근 10년 사이에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층의 이민이 늘어나면 유엔이 꼽은 대표적인 인구 감소 우려국인 러시아의 고민은 덩달아 커지게 마련. 러시아는 2050년까지 인구의 8%가 줄 것으로 추산되는데, 젊은 층의 해외이주가 늘어나면 인구 감소 폭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러시아는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옛소련의 중앙아시아 지역 등에서 이민을 받아들이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이 또한 '양날의 칼'이다. 러시아를 구사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지만, 기존의 러시아인들과 '인종 갈등'을 일으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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