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이 이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러시아 언론들은 김정일 북한국무위원장이 언제 국경을 넘을 것인지 관심을 쏟고 있다.
러시아유력 경제지 '코메르산트' 는 23일 김 위원장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24일 새벽 북러 국경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또다른 매체는 김 위원장이 탄 열차는 24일 새벽 하산에 도착한 뒤 우수리스크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로 올 것이라고 전했다. 하산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어지는 철도를 이용하는 화물열차와 전기열차(전철)의 운행 스케줄은 아직 변경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 열차의 하산 도착과 함께 24일 운행 스케줄이 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는 230명의 수행단이 따라오고, 정상회담은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에 있는 극동연방대학에서, 숙소는 대학 내 호텔이라고 한다. 언론들에 따르면 두 정상은 24일 저녁 만찬, 25일 단독및 확대 정상회담을 가진 뒤 서로 다른 일정을 소화한다.
푸틴 대통령은 다음날인 26일 베이징 일대일로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떠나고, 김위원장은 26일까지 머무르며 마린스키 블라디보스토크 극장, 극동 최대인 연해주 수족관, 러시아 해군 태평양 함대 등을 돌아볼 수 있다.
북러 정상회담이 무려 8년만에, 그것도 푸틴-김정은간의 첫 대면인 만큼 두 정상의 ‘케미스트리’가 어떻게 펼쳐질지 관심사다. 무려 32살이라는 연배 차이가 있지만, 첫 만남에서 찰떡궁합을 과시한다면 북한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또 다른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겉으로는 최소한 트럼프-김정은 이상의 '케미'를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2000년, 2001년, 2002년 등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경험이 있다. 김씨 왕조 특유의 외교 스타일을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두 정상이 처한 국내외 상황도 비슷하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 5월이래 20년 가까이 권력을 유지하고 있고, 집권 7년차 김 위원장도 1인 집권 체제를 탄탄히 했다. 서방의 각종 제재를 받고 있는 것도 같다. 북한 비핵화 문제에 관한 한 양국은 동지적 관계다.
몇몇 개인적 취향이 비슷하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알려진 스포츠광이고, 김 위원장은 농구광으로 알려져 있다. 스포츠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러시아측은 너무 앞서나가는 것을 경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두 정상 간 '케미스트리'는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현안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물러섰다. 현안 해결에는 정상의 케미보다는 '국익 우선'이라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교통장관과 철도공사 사장, 에너지부 차관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볼 때 북러정상회담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 한반도 연결 문제를 포함한 경제협력 문제가 함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