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의 북러 정상회담이 싱겁게 끝난 이유 3가지
8년만의 북러 정상회담이 싱겁게 끝난 이유 3가지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4.27 0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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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땅을 처음 밟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전용열차를 타고 평양으로 떠났다. 짧지만 강한 인상을 준 러시아 방문이었다. 언론의 취재 경쟁도 치열했다.

그의 러시아 방문 성과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푸틴 대통령이 그를 극진하게 대접한 정황은 여기저기 많지만, 공동성명도 없었고, 양국 부처들간의 분명한 합의사항도 나오지 않았다. 8년만에 이루진 첫 정상회담치고는 '침목(?)을 다지는' 정도에 불과해 보인다.

 

북러 정상회담을 평가하는 많은 의견 가운데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양대 교수의 기고가 눈에 띈다. 냉정하게 러시아적인 시각으로 북한, 김정은을 바라보는 글이다.

그는 언론 기고에서 "블라디보스토크 북러 정상회담이 별 소득 없이 끝났다는 것은 확실하다"며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20여 년 동안 러시아는 북한 문제에 영향을 줄 능력도 별로 많지 않았고, 의지는 더 약했다"고 진단했다. '북러 관계의 특징을 결정하는 것'으로 유엔안보리의 북한 제재보다는 '양국의 무역 구조가 잘 맞지 않는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가장 먼저 들었다.

그는 기고에서 "내일 갑자기 (유엔)대북 제재가 사라져도 상황은 많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가 든 이유는 명쾌하다.
우선 북한쪽. "북한이 해외에 잘 수출할 수 있는 물품들은 러시아에선 아예 수요가 없다. 북한의 핵심 수출품은 광물과 수산물인데, 러시아는 지하자원이 많고 수산물에 별 관심이 없다. 북한이 수출할 수 있는 항목 중 러시아가 관심 있는 것은 파견노동자뿐이다."

러시아쪽에서 보면 "러시아는 북한에 수출할 수 있는 품목이 많지만 외화난이 심각한 북한은 국제가격으로 러시아의 수출품을 살 능력이 없다. 러시아 회사들은 국제가격이 아니라면 무역을 할 생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지난 2014년 알렉산드르 갈루쉬카 극동개발부 장관이 오는 2020년까지 북러 무역량을 당시 1억3000만 달러에서 10억 달러로 7배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처음부터 아예 근거가 없는 환상에 불과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소련시절에는 양국 무역량이 왜 수십억달러에 달했을까? 란코프 교수는 "당시 모스크바의 지정학적 고려 때문이었다"는 답을 내놨다. 나아가 그는 "푸틴 대통령이 다시 러시아의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해 북한과의 무역 교류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도 나오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보면 모스크바는 여전히 북한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러시아 관리의 반 농담같은 말을 인용했다. “러시아는 지금 북한의 친구가 아닌데, 북한과 친구가 되려면 매년 10억 달러를 써야 한다”고. 러시아가 한반도의 미래에 좀 더 큰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매년 10억 달러라는 큰 돈을 오랫동안 지출할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는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고위 관리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란코프 교수의 진단에 따르면 러시아의 북러 정상회담 목적은 간단하다. "강대국인 러시아는 당연히 향후 동북아의 모습을 결정하는 나라 중 하나가 되고 싶어 한다. 다만 이 목적을 가능한 한 값싸게 달성하고 싶은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6자회담 이야기가 다시 나온 이유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러시아의 대외정책은 여전히 옛 소련 지역과 유럽, 중동에 초점을 두고 있다. 러시아에게 동북아시아는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한 지역이 아니다." 한마디 더 붙인다면, 우리는 이번에 러시아가 (한반도) 주변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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