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시베리아횡단열차 탑승기 -6/ 이르쿠츠크서 블라디로
(번역) 시베리아횡단열차 탑승기 -6/ 이르쿠츠크서 블라디로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5.20 0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르쿠츠크 - 블라디보스토크

우리는 시베리아횡단열차 출발 2시간전에 이르쿠츠크역에 도착했다. (이르추크츠까지 타고 온)첫 열차보다 이번에 탄 두 번째 열차가 더 신형이고 깨끗했다. 나쁜 점은 바이오화장실(약품처리하는 위생화장실을 뜻함)이 없다는 것. 열차가 역구내서 30분간 정차하면, 화장실은 거의 1시간 30분간 잠겨 있다. 문제가 될 만한 시간이다.( ** 역구내 화장실을 이용하면 된다)

규정상 그렇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열차 차장(승무원)에게 달려 있다. 어떤 승무원은 이 규정을 엄격히 지키겠지만, 우리 승무원은 역에서 출발한 지 10~15분 지나 도심을 벗어나면 바로 화장실 문을 열었다.

우리 열차 승무원은 60세 가량의 작지만 활발한 여성이었다. 놀랍게도 우리 객차에는 그녀 혼자였다. 끔찍한 일이다. 보통은 2명이 하루 2교대 근무를 한다. 그럼에도 해야 할 일은 많고 편안하게 쉴 시간이 적기 때문에 힘들다. 한번 갔다(블라디보스토크) 오는데 9일이 걸린다. 사람이 제대로 쉬지 않고 9일을 일한다는 건 꿈꿀 시간도 없다는 것이다.

시베리아횡단열차 내부. 오른쪽이 꾸뻬.

평소 업무외에 판매도 해야 한다. 그녀는 열차 안에서 6,000 루블어치의 음식과 기념품을 팔아야 했다. 한 객차의 정원이 36명이다. 승객이 가끔 바뀌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먼 거리 여행자들이다. 그러니, 판매 계획을 실제로 달성할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이 여 승무원은 활발하다. 그렇게 씩씩하게 그녀는 승객 모두에게 구매를 권했다. 하루에도 여러 번 모든 꾸뻬(4인 침대 칸)을 다니며 판매했다.

이런 이야기도 했다. "한번은 군인들이 탔는데, 아무 것도 사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조건을 붙였다. '콘센트를 원한다면 100 루블짜리 슬리퍼를 사야 한다'고. 모두가 비싼 슬리퍼를 함께 살 수밖에 없었다".

우리에게도 같은 식으로 협박했다. 아니면 화장실 문을 잠궜따가 (기념품인) 러시아철도청 종을 구입한 뒤에야 문을 열겠다고 했다. 

사진출처:https://samokatus.ru

그리고 한번은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카메라를 목에 건 열차 책임자가 각 꾸뻬를 돌며 승객들에게 물었다. "러시아 철도의 서비스에 만족하느냐? 어떤 의견이나 불만이 있느냐?"고. 모두가 정상적인데, 반복적으로 계속되는 담배 냄새가 우려된다고 대답했다. 또 객차에 승무원 한명을 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열차 책임자로 승차한 키셀레프는 여승무원 채용의 높은 경쟁률- 100대 1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승무원에 대한 러시아 철도청의 요구 조건이 너무 높아 아무도 경쟁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함께 근무할) 여승무원을 구하고, 또 구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또 진지하게 말을 하던지, 나는 입만 크게 벌리고 앉아 어떻게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 놀랄 정도였다. 이야기 말미에 옆자리의 타냐가 갑자기 조용하게 말했다. "여전히 경제적인 문제일 수 있겠네요?".

그러자 책임자가 카메라를 끄고, 진지하게 말했다. "예, 물론 모두 나쁘다. 누가 그런 조건에서 일하겠습니까?"

커튼 (무대의 막이 내린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