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횡단열차탑승기- 8/ 드디어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다
시베리아횡단열차탑승기- 8/ 드디어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다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6.09 0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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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횡단열차 시리즈-8)

극동지역으로

창 밖의 풍경이 크게 바뀌면서 우울함과 답답함이 몰려왔다. 부서지고 버려진 마을과 공장들... 가끔 시베리아와 극동 지역이 중국인들에 의해 천천히 장악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땅을 사고, 공장을 짓는다. 가족단위로 몰려온다. 리스트비얀카에도 중국인들이 많다. 우리가 이해하기로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여기에 터를 잡고 살기 위해 오는 중국인들도 많다.

시베리아에서는 사람들이 외국인들에게 덜 민감하게 반응하고, 더 어울려 살다보니, 순수 러시아인은 앞으로 곧 없어질 것 같았다. (열차 탑승)마지막 날 아침에 기차는 당초 예정 시간보다 3시간이나 늦게 도착했다. 여름철에 고속 열차가 연착한다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겨울철에는 날씨가 추우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기차에서 무려 7일을 보냈는데, 3시간 연착은 별 게 아닌 듯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쁜 건 마찬가지다.

블라디보스토크!
세상에, 우리가 정말 여기에 왔어. 진짜 해냈어! 모스크바에서 철도로 무려 9288km를 달려 왔다. 물론 몰골은 지금 말이 아니다. 얼른 호텔로 가서 목욕하고 옷을 갈아 입어야지.

모스크바서 9288km 떨어진 시베리아횡단철도의 끝

호텔 프리모리예는 실망스러웠다. 방안 온도가 30도를 넘었으나, 덜덜거리는 선풍기가 하나 있을 뿐이었다. 이 호텔은 우리 여행에서 가장 비싼 값을 지불한 곳이었으나, 너무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도 샤워를 하고 진짜 침대에서 잠을 잔다는 게 얼마나 좋은가?

블라디보스토크에 들어서면서 우리는 이 도시에 스며들어 있는 아시아적 분위기를 느꼈다. 아시아식으로 여러 가지 색깔로 장식된 조명과 간판,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들의 혼재...

여기엔 소련 전쟁기념관과 소비에트식 건축물, 그리고 중국 자본주의가 혼재되어 있다. 러시아도 아니고, 중국도 아닌 것 같다. 'RuChina'(러중국) 같은..

먼저 루스키 섬에 가기로 했다. 시간이 부족해 어떤 경로를 택할 것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무조건 루스키 섬에 갔는데, 어디로 갈 것인지,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물 챙기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토비진 곶 /사진출처 https://samokatus.ru

루스키 섬이 잘 개발되어 있고, 아스팔트 도로도 괜찮을 것이라는 믿음에 난 슬리퍼(crocs)를 신었다. 버스안에서 한 사람이 토비진 곶 мыс Тобизина 으로 가라고 권했다. 알고보니, 그게 시간적으로, 또 볼거리 차원에서 가장 이상적인 것이었다. 루스키 섬에서 3~5시간을 보내려고 한다면, 먼저 토비진 곶으로 갈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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