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횡단열차 탑승기 -9(끝) / 블라디보스토크 관광
시베리아횡단열차 탑승기 -9(끝) / 블라디보스토크 관광
  • 이진희 기자
  • jhnews@naver.com
  • 승인 2019.06.19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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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횡단열차 탑승기 시리즈 계속)

토비지나 곶

웅장한 극동연방대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대학 캠퍼스의 규모와 짜임새는 인상적이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면 어떨지 모르지만, 바깥에서 보기에는 유럽 대학의 캠퍼스 수준에 버금간다. 토비지나 곶을 향해 접어드니, 잘 닦인 포장도로도, 물을 살 수 있는 상점도 없는 것 같았다.

루스키 섬 요새

기온도 높고, 습해 갈수록 목이 타 죽을 지경이었다. 중간에 요새를 만났고, 위쪽으로 더 올라갔지만, 아직도 목적지까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았다. 해안쪽으로 내려가니 텐트로 이어진 밴과 자동차를 만났다.

텐트 안에는 한 어부가 앉아 있었다. "아가씨, 뭐가 필요해요? 마실 거요? 여기 와서 마셔요". 반가운 마음으로 우리는 그 어부에게로 갔고, 그는 큰 물통에서 물을 내주었다. 우리는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 항구 도시에서 콜랴 아저씨보다 더 친철한 어부를 만날 수 있을까? 그는 검게 탄 피부에 밝은 푸른 눈을 가지고 있었다. 

콜랴 아저씨와의 첫 만남은 짧았다. 물을 마시고 돌아서는 우리에게 나중에 물을 마시러 다시 오라고 했다. 토비지나 곶에 도착한 우리는 절벽 위에 서서 풍광을 구경할 뿐 감히 수영을 할 생각을 못했다. 그리고 따가운 햇살에 더 버티지 못하고 되돌아왔다.

콜랴 아저씨에게 다시 가서 같이 사진을 찍고, 그의 옛날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사할린에서 선장으로 일했다고 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나이가 54세라고 강조했지만, 75세 이하로는 보이지 않았다.

콜랴 아저씨는 갓 잡은 조개류를 억지로 권했다. 결국, 남편 아르투르는 그와 보드카 잔을 들기에 이르렀다. 남편은 러시아에서는 어떤 경우 보드카를 거부하면 범죄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보드카를 마실 수 밖에 없었다. 

잠수함 박물관

루스키 섬에서 시내로 나와 핵 잠수함 C-56 박물관으로 갔다. 잠수함 박물관은 볼 만했다. 내부엔 각 선실과 구획 사이의 해치가 원래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잠수함을 둘러보지만, 한번 생각해 보라. 북극해서 침몰한 러시아 핵 잠수함 쿠르스크호와 그 속에서 해군병사들이 느꼈을 죽음의 공포를. 그래서 이 곳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절대로 놓치면 안되는 장소다.

사진출처: https://samokatus.ru

블라디보스토크는 군사적 분위기로 흥미로운 도시다. 부두에서 본 해군함정과 루스키 섬에서 늘 들을 수 있는 무전기 소리와 총소리는 딴 세상에 온 것 같다. 저녁엔 도시를 둘러보면서 호기심 끄는 각종 기념물과 극장, 거리 공연과 마주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블라디보스토크는 문화적인 도시다.

저녁은 아시아 음식점 '주마' Зума 에서 먹었다. 루스키 섬에서 더운 하루를 보내고 가장 꾀재재하고 후줄근한 모습으로 이 식당에 왔다는 게 묘하다. 우리를 안으로 들여보내준 게 신기할 정도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뿐만 아니라 레스토랑 디렉터가 레스토랑을 소개하고는 멋진 기념품까지 안겨줬다. 이렇게 우리는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기차여행을 끝냈다. 이튿날 아침에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모스크바로 돌아간다.

후기

여행의 느낌은 1개월 이상 간다. 우리가 7일간 시베리아횡단열차에서 겪었던 불편함도, 우리가 보고 듣고 시도한 모든 게 다 기억할 가치가 있다. 어떤 여행이든 두려워하지 말기를 바란다. 시베리아횡단열차 여행에서도 볼 것, 배울 것이 많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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